(왼쪽부터)김창수 삼성생명 대표,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은 자살보험금 미지급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8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삼성·한화·교보 등 생보사 '빅3'에 대해 일부 영업정지 최대 3개월 등 제재안을 의결했다. 삼성생명이 일부 영업정지 3개월, 한화생명이 2개월, 교보생명이 1개월 등의 제재를 받았다.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와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는 문책경고,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에게는 주의적 경고 등의 제재가 내려졌다.
금감원의 이 같은 제재안이 금융위에서 확정될 경우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와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의 연임은 사실상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임직원이 문책경고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년간 금융회사 임직원으로 선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제재심의위가 생보사 빅3에 대한 중징계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 회복은 물론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보, 제재심 당일 자살보험금 지급 발표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 빅3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중징계는 각사 CEO(최고경영자)의 판단에 따라 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오너 체제의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의 신중한 조치로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피할 수 있었다. 지난 23일 오전 심의위가 열리기에 앞서 교보생명은 자살보험금 미지급액 전건(1858건)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급규모만 총 672억원에 달했다. 3사 중 전문경영인이 아닌 유일한 오너이다 보니 제재에 따른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룹 계열사의 전문경영인인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이달 심의위 당일까지도 원칙만을 강조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특히 삼성생명은 현재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대법원 판단 등 법리를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건에 대해선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화생명도 마찬가지로 법정에서 배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서 금감원이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생보사에 대해 초강력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알리안츠생명 등이 전액 지급하겠다고 나서는 등 징계를 받지 않기 위한 조치에 나섰지만 3사는 끝까지 버텼다"며 "연임이 어렵더라도 각 사 CEO가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업정지 제재…"피해 불가피"
한편 3사에 대한 금감원의 영업정지 조치는 재해사망을 보장하고 있는 일부에 해당한다. 다만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상품의 범위에 따라 영업정지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판매 부진을 이유로 재해사망을 기본으로 보장하는 상품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는 3사의 경우 만일 특약을 통해 판매하는 상품까지 이를 확대할 경우 영업정지 범위는 넓어지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보장성보험은 물론 일부 저축성보험에도 특약으로 재해사망을 포함하고 있다"며 "특약까지 확대될 경우 사실상 대부분 상품 판매가 당분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의 제재안에 특약 상품까지 포함한다는 내용이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영업정지 대상 상품이 주계약은 물론 특약까지 모두 포함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3사의 일부 재해사망보험 영업정지와 관련해 특약이나 주계약 한정이면 별도로 표기하지만 별도 표기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주계약과 특약을 모두 대상으로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종신보험이나 실손보험 상품에도 대부분 재해사망보험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3사의 영업정지 제재안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