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사라진다.
27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활동 종료 이후 삼성은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쇄신안에는 삼성그룹을 이끌던 미래전략실 해체와 계열사별 자율경영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던 모든 업무가 사라진다. 사실상 삼성 그룹이 사라지는 셈이다. 우선 그룹 차원의 사장단·임원 인사가 사라지고 연말에 열리던 CEO 세미나, 신입사원 연수, 그룹 공채, 그룹 홈페이지·블로그 등도 폐지된다.
삼성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이 사라지면 계열사들 업무를 누가 그룹 차원으로 묶어 진행하겠냐"며 "그룹 차원의 업무는 모두 없어지고 계열사들이 각기 판단에 따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하던 '대관'업무도 사라진다. 삼성 관계자는 "관공서를 상대할 일이 있다면 각 계열사가 알아서 한다는 원칙이지만 계열사들이 대관업무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그룹 공채도 올해 상반기가 마지막이 된다. 향후에는 계열사가 각기 인력 상황을 파악하고 신입·경력 사원을 뽑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데, 이 경우 삼성 계열사들의 채용 규모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994년 도입돼 그룹 차원에서 우수 직원을 선정·시상했던 '자랑스러운 삼성인상'도 없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래전략실이 주관해 매주 열었던 '수요 사장단 회의'도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사장단 회의는 각 계열사 사장들이 모인 가운데 전문가 강연을 듣고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대신 전자, 생명, 물산 등의 주도로 동종업계 계열사 사장이 모이는 회의는 활성화될 전망이다.
삼성 계열사들은 각기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을 이어갈 방침을 세웠다. 사장단과 임원 인사도 계열사 이사회가 맡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략·인사지원·법무·커뮤니케이션·경영진단·금융일류화지원 등 미래전략실 주요 기능은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3대 주력 계열사로 이관된다. 대관업무를 담당해온 기획팀은 사라지며 다른 계열사로 업무가 이관되진 않을 전망이다.
미래전략실 임직원 200여명은 원 계열사로 복귀한다. 미래전략실은 각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은 직원들 가운데 평가가 좋은 이들이 5년가량 파견되는 형식으로 운영됐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 원 계열사로 일괄 복귀하되, 일부 인원은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3대 주력 계열사에서 미래전략실 업무 뒤처리를 한 뒤 계열사로 복귀할 예정이다.
삼성은 쇄신안을 발표하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손실을 입었다는 주장과 관련해 사회공헌 차원의 보상책을 내놓는 안도 검토 중이다. 2008년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 약속 이행 방안도 함께 공개된다.
삼성 관계자는 "쇄신안이 확정되면 소상히 밝힐 예정"이라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