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전 한민족을 하나로 만든 태극기가 2017년에는 둘로 갈렸다. 3·1절 98주년을 맞은 1일 서울 도심에서는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며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을 기리기 위한 태극기가 아니라 국론 분열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거리를 메웠다.
이날 봄을 재촉하는 비가 오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진영과 반대하는 진영은 동시에 대규모 집회를 열고 대통령 탄핵에 대한 서로 다른 주장을 쏟아내며 일촉즉발의 대치상태까지 예고했다.
특히 오는 13일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을 선고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양측은 지난 집회 때보다 한층 가열된 모습으로 각자의 세력을 과시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으며, 본 집회를 마친 후 정부서울청사 사거리부터 청와대 남쪽 100m 지점까지 행진했다.
이에 앞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서울 광화문 광장 남쪽 세종대로사거리에 무대를 설치하고, 오후 2시부터 '제15차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으며, 본 집회 이후 이들은 청와대와 헌재 방면을 포함한 5개 경로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처럼 각 집회의 장소와 행진 경로가 근접해 있어 물리적 충돌에 대한 우려가 있자 경찰은 집회 현장에 경비병력 202개 중대(약 1만6000명)와 차벽을 투입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각각 탄핵 반대 또는 찬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김모(54)씨는 "누가 세월호 가서 빠져 죽으라고 했느냐고. 여행 가다가 죽은 것을 왜 대통령이 책임져야 돼"라며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부모하고 똑같은 거야. 대통령이 있어야 나라가 있는 것이지. 부모가 있어야 내가 태어난 것이고. 부모 없이 태어난 자식 봤어? 말이 안되지"라며 탄핵 반대 이유를 밝혔다.
반면,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한 한모(28)씨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저렇게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잘못을 하고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니까 우리가 나서야 하는 것"이라면서 "마치 대통령을 탄핵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논리를 끌고 가는 것도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대선주자들을 포함한 여야 정치인들도 대거 참여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는 자유한국당 윤상현·조원진·김진태·박대출·이만희·이완영·이우현·김석기·백승주·전희경·추경호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대선 출사표를 던진 이인제 전 최고위원, 대선 출마 선언이 예상되는 김문수 비상대책위원 등도 참여했다.
집회 전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탄핵기각 또는 탄핵각하, 탄핵무효, 특검해체 기타 이런 언급을 했는데 바뀝니다. (헌법재판소) 변론 재개를 부르짖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탄핵 찬성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우리는 오늘 국민과 함께 촛불광장에서 순국선열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며 박 대통령의 탄핵을 소리 높여 외칠 것"이라고 말했으며, 집회 전 박진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탄핵을 인용할 것과, 특검법을 개정해서라도 특검을 연장하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마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이들 집회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을 피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TV 등을 통해 찬반집회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하면서 집회 상황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