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차기정부에 바라는 '소상공인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최승재 회장(왼쪽 5번째) 등 연합회 회원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벼랑끝으로 점점 내몰리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막강한 '양대 권력'에 선전포고를 했다.
하나는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고, 또다른 하나는 경제력 집중도가 심각해지고 있는 인터넷 포털이다.
이·미용, 주유소·수퍼마켓, 부동산, 안경 등 100% 내수시장에 목맬 수 밖에 없는 이들 소상공인이 소비가 극도로 침체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못살겠다'며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사업자 규제법을 만들고, 대선주자들에겐 궁극적인 골목상권 보호 방안을 마련해 달라며 여론에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700만 소상공인들, "못살겠다" 호소
5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포털기업 규제법 제정 ▲소상공인 영역 보호를 위한 사전영향평가제 실시 ▲소상공인 임대차보호 등 영업권 보호 ▲가맹점·대리점 불공정 개선 등을 골자로하는 '차기 정부 소상공인 핵심정책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연합회측은 10대 정책 과제를 문재인·안희정 등 주요 대선 후보자들 캠프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선 이들 캠프에 소상공인 관련 정책을 따로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후보자를 제외하곤 지난 주말까지 아직 답변이 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자들이 지향하는 소상공인 정책을 놓고 연합회 차원에서 검증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개별 후보가 내놓은 소상공인 정책에 대해선 회원들을 대상으로 '공약적합도 조사'를 실시해 관련 정책의 진정성을 판단하고, 또 필요한 정책은 후보들에게 별도로 요구할 것"이라면서 "서울을 시작으로 한 달 가량 진행되는 연합회 전국 순위 간담회 기간 중 '공약이행평가단'을 꾸려 대선 과정에서 소상공인의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매출액 구간별 규모*자료 : 통계청
연합회가 이번에 꺼내든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는 바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남용을 막는 인터넷포탈기업 규제법 제정이다. 지난해 6월 현재 네이버의 검색시장 점유률이 74.4%(코리안클릭 기준)에 이르는 등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매출 대부분이 광고부문에서 발생되고, 이는 결국 소상공인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게 연합회의 주장이다.
한국부동산사업조합 권순종 이사장은 "부동산은 온라인에서 직접 거래할 수 없는 대표적 상품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물건 정보 대부분을 흡수한 네이버를 통해 업소를 알리기 위해 중개매출의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60%까지 지출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네이버가 중개업소를 홍보할 수 있는 유일한 독점마켓이 되다보니 울며 겨자먹기 상황이 됐다. '금산분리'도 중요하지만 '통(신)산(업)분리'가 필요한 것도 이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브로커 등 가수요가 활개를 치며 오히려 실제 광고가 필요한 소상공인들의 접근을 막는 사례도 있다.
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조합 김대준 이사장은 "네이버에서 '컴퓨터 조립' 등의 키워드를 치면 파워링크 상단에 나오는 거의 대부분 업체는 실제 판매장이 없는 브로커"라면서 "일반 소상공인들이 경매 방식으로 진행되는 광고비를 감당할 수 없어 떠난 자리를 이들 브로커가 차지하며 주문이 들어오면 오히려 소상공인들이 하청노릇을 하는 이상한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설명했다.
연합회측은 관련 규제법에 포털 정보 대부분이 공공재 성격이 짙다는 점을 들어 공공쿼터제 도입, 업종별 거버넌스 구축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포탈기업의 과당 광고비 책정과 불공정 거래를 감시할 수 있는 수단도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선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 등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소상공인 300곳 조사*자료 : 중소기업중앙회
◆1년 매출 5천 안되는 소상공인 '수두룩'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자는 가장 최근 기준인 2014년 현재 501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를 토대로 업계에선 소상공인(자영업자) 규모를 70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3인 가족 기준으로 2100만명 가량이 소상공인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소상공인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8%에 비해 1.7배 높은 26.8%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의 생계가 막막하다는 점이다.
2015년 조사 기준으로 연 매출이 1200만원 미만인 비율은 21.2%, 1200만원 이상~4600만원 미만은 30.6%로 각각 나타났다. 소상공인 둘 중 하나는 연간 매출이 50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순수익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1월 중소기업, 소상공인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차기 정부 경제정책 방향'으로 '내수 경기 회복'을 주문한 비율(복수응답)은 61.3%로 1위였다. 중점 추진할 중소기업 정책으로는 '소상공인 사업영역 보호 및 자생력·경쟁력 강화'가 52.7%로 가장 많았다.
그만큼 내수 활성화를 통해 700만명 가량에 달하는 소상공인들의 먹거리를 챙기는 것이 앞으로 들어설 정부의 우선 과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