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책]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
문예출판사/헤르만 헤세 지음
'여러분은 혹시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습니까? 물론 있겠지요. 그러나 여러분은 사랑이 무엇인지를 여전히 모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본문 내용 '이것을 이해하나요' 中)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가슴 떨리는 첫사랑의 기억을 가슴 한구석에 갖고 있다. 그 기억이 행복할 수도 있고, 가슴 아픈 상처로 남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첫사랑의 기억이 우리 삶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수많은 작가들이 첫사랑을 소재로 한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더욱 특별하다.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에서'와 같은 작품을 통해 사회와의 불화로 방황하는 청춘의 자화상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면, 다른 작품을 통해서는 사랑의 다채로운 모습을 그려내 작가로서의 진가를 드러냈다.
헤세의 자전적 체험이 담긴 동화같은 이야기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은 사랑에 대한 저자의 소설과 에세이 엷여덟 편을 엮은 책이다. 어린 시절 스쳐지나간 첫사랑의 아련함을 다룬 소설에서부터 사랑에 대한 심도 깊은 성찰이 담긴 에세이까지 한편 한편이 모두 주옥같은 작품들이다. 짝사랑하던 여자아이 앞에서 제대로 말을 걸지 못하고 얼굴만 빨개졌던 소년의 이야기 '빙판 위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헤세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또 사랑에 대한 헤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짧은 에세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와 우화 형식으로 써내려간 '픽토르의 변화' 등 다양한 스타일의 글들은 저자의 자화상과 같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서정적인 수채화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만끽하며 헤세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은 수레바퀴같이 돌아가는 일상 속 지친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가 될 것이다.
한편, 저자 헤르만 헤세는1877년 독일 남부 뷔르템베르크의 칼프 지방에서 태어나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계 집안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99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해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을 출간했으며, 1904년 장편 소설 '페터 카메닌트'를 발표해 유명세를 떨쳤다. 이후 1919년 '데미안'과 '동화' '차라투스트라의 귀환' 등 자기 인식 과정을 고찰한 작품을 연이어 집필했다.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났다. 296쪽, 1만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