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를 사들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속사정과 관심 종목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은 3월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주식을 쓸어 담고 있지만 투자 주체(외국인)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모양새이다. 전문가들은 이머징 시장으로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지만, 환율·실적 등 펀더멘털 요인이 약해 추가 매수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외국인, 실적개선 '전차(電車)'에 관심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바구니에 담은 종목은 뭘까.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2000억원 이상씩 사들인 종목은 포스코(4844억원), 현대자동차(3571억원), LG전자(3058억원), 엔씨소프트(2266억원), 롯데쇼핑(2218억원) 등이다.
1000억원 이상 쇼핑한 종목들은 현대제철(1992억원), LG화학(1933억원), LG이노텍(1664억원), SK텔레콤(1614억원), 하나금융지주(1589억원), 삼성엔지니어링(1497억원), KB금융(1468억원), 현대차2우B(1200억원), 아모레G(1163억원), LG디스플레이(1059억원) 등이다.
금융·증권업종과 화학업종도 순매수 상위권에 포함됐다.
금융업종에서는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 신한지주(704억원), 우리은행(600억원), 기업은행(642억원)을 사들였고 화학업종에서는 금호석유(775억원) 주식을 사는 데 돈을 썼다.
이들 대부분은 실적이 좋은 종목들이다.
포스코가 2016년 연결 기준 매출액 53조원, 영업이익 2조8천억 원을 기록했다.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에서는 2015년 962억원 순손실에서 2016년에는 1조원대 흑자로 전환했다. 포스코는 올해 매출액 목표를 연결 기준 54조8000억원, 별도 기준 25조6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세계 철강경기가 좋지 않았음에도 현대제철의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전년보다 개선됐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보다 3.5% 오른 16조691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속적인 차입금 감축에 따른 이자 비용의 감소로 당기순이익도 12.8% 증가한 834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제철은 "철강 부문의 시황이 좋지 않았지만, 고부가 제품의 판매량 증대 및 종속회사의 안정적 실적에 힘입어 양호한 경영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연간 매출 17조918억원, 영업이익 1조5357억원, 순이익 1조660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SK플래닛의 로엔 엔터테인먼트 지분 매각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한 1조 6601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6338억원으로 전년 대비 6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4조6000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414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 48.2% 늘었다. 신한지주가 작년 4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6260억원, 6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7%, 51.5% 증가했다고 8일 발표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시장 추정치보다 10% 이상 높았다.
◆관건은 펀더멘털과 환율
실적은 다소 회복세다. 글로벌 교역물량 증가 등 수요 개선 신호가 나타나면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매력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전망치는 9.6배로, 미국(18.5배)·일본(15.9배)·홍콩(15.9배) 등 선진국이나 필리핀(17.8배)·인도(16.8배)·인도네시아(15.5배) 등 신흥국보다 현저히 낮다.
2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2% 증가했고 한국 수출의 선행지표인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도 꾸준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적 예상치를 뽑아 볼 수 있는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상장사 150곳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총 38조9300억원이다. 3개월 전 전망치인 36조9317억원보다 5.41% 늘었다.
환율 측면에서의 순매수 유인은 약하다. 경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150원 이상에서는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강했다.
BNK투자증권 김경욱 연구원은 "환율의 방향성을 본다면 향후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나타나야 증시 수익률 뿐만 아니라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면서 "캐리 트레이드성 자금 유입 가능성도 여건이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언제쯤 코스피가 다시 2100선을 뚫고 힘차게 오를지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순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3월 중순으로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안 발표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조정 흐름이 나타나겠지만, 중순 이후에는 랠리가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올 순매수 주요 종목>
(단위:억원)
종목 순매수규모
포스코 4844억원
현대자동차 3571억원
LG전자 3058억원
엔씨소프트 2266억원
롯데쇼핑 2218억원
현대제철 1992억원
LG화학 1933억원
LG이노텍 1664억원
SK텔레콤 1614억원
하나금융지주 1589억원
삼성엔지니어링 1497억원
KB금융 1468억원
현대차2우B 1200억원
아모레G 1163억원
LG디스플레이 1059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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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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