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압수수색까지 받은 끝에 피해자라고 인정을 받았잖아요? 검찰이 이번에도 법과 원칙에 충실하게 임해주길 기대합니다."
지난 3일 기자를 만난 한 그룹 관계자는 검찰의 특별수사본부 재구성에 우려 섞인 기대를 전했다.
같은 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수사 자료를 인계받은 검찰은 6일께 '2기 특수본' 구성을 완료하고 공식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6만여 쪽에 달하는 특검의 수사기록·서류에는 삼성 외 대기업의 뇌물 의혹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계는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과 관련해 다시 불똥이 튀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모양새다.
당장 SK·롯데·CJ 등이 긴장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2015년 7월 SK그룹 관계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하늘같은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고 산업보국에 앞장서 나가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다음해 7월에는 하현회 LG 사장이 안 전 수석에게 구본상 부회장 사면을 청탁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SK와 LG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각각 111억원, 78억원을 출연했기에 출연금이 회장 사면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CJ 역시 이재현 회장 사면을 위해 출연금을 내고 정부 시책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롯데는 면세점 사업권을 얻고자 로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부영 역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하며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를 통해 해당 기업들을 직권남용·강요 피해자로 규정했었다.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기금 출연과 시기가 맞지 않고 기업들이 기금 출연을 거부할 능력도 없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는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70일 동안 특검 수사가 진행되며 같은 피해자로 규정됐던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고, 기업이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라는 여론까지 조성됐기 때문이다. 반기업 정서 역시 높아지며 정치권도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 개혁을 내세운 규제 법안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20대 국회가 쏟아낸 기업 관련 법안이 600건에 조금 못 미치는데 이 가운데 70%는 규제 내용"이라며 "특검이 최순실 게이트를 조사하며 기업을 범죄자로 만들었다. 여론까지 나빠지니 우려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입을 열었다.
그는 "경영환경이 위축되면 투자나 채용 등 지출 관련한 부분에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것이 또 악순환을 만드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삼성 미래전략실이 해체되자 우리 기업에 관한 문의도 크게 늘었다"며 "엄연히 성격이 다른 만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세웠지만 무리하게 엮으려 한다면 얼마든 엮일 수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특검의 수사를 이어받아 남은 과제를 잘 수행하겠지만 기업 처벌을 외치는 여론이 높아진 것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