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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전기/전자

판 바뀐 도시바 인수전, 고민 깊어진 SK하이닉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M14' 전경.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2위 기업인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이 매물로 나왔다. 당초 분사될 반도체 사업의 지분 20%를 매각하려던 도시바는 매각 규모를 100%로 늘렸다. 갑자기 커진 M&A규모에 도시바 지분 인수를 추진하던 SK하이닉스의 고민도 깊어졌다.

도시바는 플래시 메모리의 선구자 격인 기업이다. D램은 전원이 꺼지면 저장됐던 데이터를 모두 잃는 특성을 가졌다. PC에 인터넷 창과 문서 파일, 영화 등을 켜둔 채로 전원을 내렸다가 켜면 이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PC 메모리로 D램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플래시 메모리는 이와 달리 전원이 없어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하는 특성을 지녔는데 도시바가 1984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수직구조인 3D 낸드플래시도 양산은 삼성전자가 먼저 했지만 그 개념을 가장 먼저 만든 곳도 도시바다. 3D 낸드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적극 활용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5일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도시바는 지난해 4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37.1%)에 이어 2위(18.3%)를 차지했다. 웨스턴디지털(17.7%), 마이크론(10.6%), SK하이닉스(9.6%), 인텔(6.8%) 등이 그 뒤를 잇는다. 가장 먼저 개발한 만큼 다양한 원천기술을 보유했고 시장 점유율 2위이지만 도시바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바는 미국 원전사업에 실패하며 7조15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았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반도체 사업 매각에 나섰다. 도시바가 단순히 원전사업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매각에 나선 것은 아니다. 이미 2015년에 발생한 5조원대 적자로 1만명을 감원했고 지난해 6월에는 분식회계 파문으로 자본까지 줄어들었다. 미국 원전사업에서 발생한 부채는 도시바를 도산시킬 수 있는 결정타로 작용한 셈이다. 때문에 도시바가 매각하는 것은 반도체 사업뿐만이 아니다. 이미 의료기기 자회사인 도시바메디컬스와 백색가전 사업을 각각 일본의 캐논과 중국의 메이디에 매각했고 2014년 인수한 영국 원전사업 회사인 뉴젠, 스위스 전기 계량기 제조업체 랜디스+기어 매각도 추진 중이다.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은 것과 달리 낸드에 고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도시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은 탐나는 매물이다.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성능을 좌우하는 컨트롤러 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기에 이를 인수하면 기술력 측면에서 막대한 진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장 점유율만 따지더라도 SK하이닉스와 도시바를 합치면 27.9%로 명실상부한 업계 2위가 된다.

하지만 자금이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4조원 규모에 그친다. 도시바 지분 인수에는 약 25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1년 내 매각과 고용 유지 등의 조건도 내세우고 있기에 SK하이닉스의 자금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인수에 이르더라도 반도체 경기가 악화될 경우 어쩔 도리 없이 경영난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공룡기업도 도시바에 군침을 흘리고 있기에 인수에 실패한다면 견제하기 힘든 경쟁자가 탄생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뱉자니 생존이 위험해지고 삼키자니 배가 터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인 셈이다.

도시바는 이달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메모리 부문 분사를 정식 의결하고 입찰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할 예정이다. 남은 시간이 길지 않기에 일각에서는 SK그룹과 중국 훙하이그룹의 제휴 방안도 거론된다. 궈타이밍 훙하이그룹 회장이 최태원 SK회장과 친분이 깊고 훙하이 그룹이 SK그룹 지주사인 SK㈜의 지분 3.5%를 보유한 4대 주주라는 점, 낸드플래시 기술 확보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 등이 이유다. 두 그룹이 손을 잡을 경우 인수 금액 부담을 줄이면서 기술을 확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이 크진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지분 일부 매각이 아닌 플래시 메모리 사업부문 전체 매각으로 노선을 선회하며 일본에서는 핵심기술의 국외 유출을 저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가장 큰 견제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SK 관계자는 "지분 인수 제안서가 오면 검토해보자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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