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라이젠(Ryzen)' 프로세서를 선보이며 인텔과의 경쟁에 나섰다. /AMD
최근 AMD가 새로운 CPU를 선보이면서 인텔이 주도하던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며 이를 작동시키는 중앙처리장치(CPU)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해 초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대국을 펼친 알파고에는 CPU가 1202개 사용됐다.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를 많이 사용해 복잡한 연산을 보다 빨리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이 CPU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은 독보적이며 업계에서는 그 점유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대해 리사 수 AMD CEO는 "인텔은 5∼10년 동안 도전받은 적이 없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올해 인텔은 7세대 프로세서 카비레이크를 출시했다. 14나노(㎚) 공정을 적용했고 6세대 스카이레이크와 비교해 아키텍처 변화도 없지만 안정성과 전력효율을 개선해 같은 전력을 사용하면서 더 높은 클록으로 빠르게 작동하거나 같은 클록에서 더 적은 전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2세대인 i5-2500에 비해 i5-7600은 5배 향상된 그래픽 성능을, 4세대 i7-4770K에 비해 i7-7700K는 25% 향상된 연산성능과 35% 빨라진 영상 작업속도를 자랑한다.
승승장구한 인텔에 비해 AMD의 역사는 어둡다. 1999년 '애슬론' 프로세서로 세계 최초 1㎓ 벽을 넘었지만 2006년 인텔이 코어 프로세서를 내놓은 이후로는 마땅한 흥행작을 찾기가 힘들다. 2010년 출시한 프로세서 '데네브' 시리즈가 높은 가격대 성능비로 인기를 끌었지만 그나마도 절대 성능에서는 인텔에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혹평이 이어졌다. 2011년에는 코어 2개를 하나의 모듈에 담은 '불도저' 프로세서를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전작보다 낮은 성능과 높은 발열로 AMD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절치부심 끝에 AMD는 '라이젠'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라이젠7은 등급에 따라 최대 8코어를 갖추고 4㎓로 작동한다. 라이젠5는 최대 6코어 4㎓, 라이젠3는 최대 4코어 3.8㎓다. 모든 제품군이 오버클록을 지원하기에 사용자가 원한다면 클록을 더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이 제품들은 절반 가격에 인텔 최신 프로세서에 비견할 성능을 제공해 호평을 받고 있다. 과거 애슬론 프로세서 설계에 참여했던 엔지니어 짐 켈러를 영입해 개발한 젠 아키텍처(기본 설계)를 도입했고 28㎚ 공정에서 6년 만에 탈피해 14㎚를 적용, 기존 AMD CPU 대비 클록당 성능(IPC)을 52% 이상 올렸다. 이용 환경과 구동 소프트웨어, 사용 패턴 등을 분석해 전압과 온도, 클록 등을 최적화하는 '센스MI' 기술도 더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인텔이 독점하던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며 "인텔이 카비레이크의 가격을 내리거나 새 프로세서 출시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사 경쟁이 본격화되면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