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에서는 '쇼핑 전문 MC'인 쇼핑호스트가 상품 인식과 매출을 좌지우지 한다. 약 22년이라는 짧은 홈쇼핑역사에도 불구하고 유망직종으로 자리잡은 쇼핑호스트계의 미래 주역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업계의 1등 쇼핑호스트의 콘텐츠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가운데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최근 루키들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어 '1등만을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뒤집기 위해서다. [편집자주]
"스킨토너에 엠플, 에센스, 로션, 선크림으로 기초 작업 끝내고 베이스랑 파운데이션으로 피부톤 잡고 얼굴 작아보이는 쉐딩도 넣었어요. 그리고 눈썹 그렸어요" 얼굴에 뭐 바르고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가 대답했다.
올해로 서른살. 지난해 공채로 입사한 이상민 GS샵 쇼핑호스트의 이야기다. 어렸을때부터 피부가 안좋아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뷰티블로거로 유명해진 케이스다.
우연한 기회에 GS홈쇼핑의 뷰티 전문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참여했다가 쇼핑호스트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현재 GS샵의 쇼핑호스트가 됐다.
과거 뷰티블로거답게 이미용에 관심이 많은 이상민 쇼핑호스트는 본인을 '여자의 마음을 아는 남자'라고 표현한다. 남자들만 다니는 중·고등학교를 거쳐 여자들이 주를 이루는 미대를 졸업한 학창시절 덕분에 남자와 여자 모두 세밀하게 읽을 줄 아는 것이 그의 최대 장점이다.
여자들과 대화하는 스킬에 대해서 묻자 그는 '화장품'이라고 단번에 대답했다. 화장품을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면 여자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다는것이 그만의 '여자와의 대화' 비결이다. 여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남자의 눈을 통해 그녀들에게 어떤 것을 추천하고 싶은지 등을 파악하고 알려주고 싶다는 말이 그의 직업 성격과 맞닿아 보였다.
이는 그의 목표에서도 엿볼수 있다. 이제 1년이 갓 넘은 신입사원인 그는 "어떤 제품이든, 어떤 카테고리든 주어진 역할에 따라 열심히 배우는것이 우선"이라면서도 "역시 이미용 분야가 나와 가장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목표 또한 '대한민국 1호 이미용 전문 남성 쇼핑호스트'다.
지난 3일 이상민 GS홈쇼핑 쇼핑호스트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GS샵
쇼핑호스트는 공부가 많이 필요한 직업이다. 그도 판매 방송 전에 진행하는 전략회의에 들어가기 전 모니터링을 통해 공부를 한다고 했다. 방송 조건과 시간대, 판매포인트에 따라 변수가 많은 것이 홈쇼핑 생방송이기 때문이다.
홈쇼핑은 독특한 유통채널이다. 보이지도 않는 소비자들을 향해 판매를 설득해야 한다. 때문에 쇼핑호스트들은 방송시간대 별로 연령대, 성별 등을 고려해 대화법을 바꾸기도 한다. 성별에 따른 대화스킬에 대해 그에게 묻자 남성소비자들을 주로 타깃으로 할 때는 직선적이고 요점만 간단히 말하는 직설형화법을, 여성소비자들을 대상으로는 부드러운 대화를 주로 던진다고 답했다.
방송 결과에 대해서는 선배들의 피드백을 주로 받는다고 한다. 선배들의 충고를 가장 많이 듣고 큰다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꼭 고쳐야할 포인트로는 '어미처리'를 꼽았다.
10년 뒤에 이상민 쇼핑호스트는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 그는 고객층과 채널이 어떻게 변해있을 지는 모르지만 입사했을때의 목표인 '이미용 전문 남성 쇼핑호스트'가 어느정도 이뤄지지 않았을까 상상했다.
지금도 '그루밍족'이라는 남성 화장품 트렌드가 핫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10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남자가 화장품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않을까 하는 그의 기대도 돋보였다.
이미용 외에 욕심나는 다른 카테고리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패션잡화에도 관심이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입사 후 약 4개월동안 교육을 받았을 때 패션을 전문으로 하는 선배에게 '여자들한테도 안 나오는 멘트를 할 줄 안다'는 칭찬을 받은 기억을 회자하기도 했다.
쇼핑호스트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일을 하다보면 혼나기도 하고 칭찬을 받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일희일비'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스스로의 결과가 창피하더라도, 선배들한테 혼나더라도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다음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