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국 배치를 놓고 중국의 경제보복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차제에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중국 수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 중국에 대한 여행수지 흑자 지속 등 한국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드 사태가 아니더라도 수출시장 다변화 등을 통한 '분산'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피할 수 없는 존재여서 이를 염두해 둔 전략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부에선 제기되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연구원, 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중국에만 1224억 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5.1% 수준이다. 중국 외에는 미국 13%, 베트남 7%, 일본 5%, 인도 2% 정도다. 홍콩으로의 수출까지 포함하면 범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31.7%로 치솟는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당시 수교와 함께 경제교류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후 양국간 무역규모는 연평균 19% 가량의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92년 당시 3.5%에 그쳤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2000년엔 10.7%로 두 자리수까지 올라가더니 2013년엔 26.1%까지 치솟았다. 2015년에도 26%였다.
우리나라 13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평판디스플레이(DP)는 중국 수출 비중이 73.8%로 절대적이다. 지난해 251억 달러의 수출액 중 185억 달러를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석유화학과 반도체 비중도 각각 46.3%, 38.9%였다. 다만 중국내 현지공장 생산 물량이 많은 자동차는 중국 수출 비중이 2.1%에 그쳤다.
수출로 100만원을 번다고 가정할 때 이 중 25만원 정도를 중국에서 벌고 있는 셈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입장에선 중국에 목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중국이 우리의 최대 교역 대상국 반열에 오른지 오래다.
'이웃'이라는 지리적 특수성과 중간재를 '세계의 공장'에 맡겼던 우리가 결국은 중국 아니면 어쩌지 못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특히 이번 사드와 같이 중국이 빌미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대응에 나설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마트의 중국내 지점 가운데 이날 오후까지 모두 15곳 가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가 조직적으로 한국행 여행을 막으면서 국내 면세점, 여행사, 호텔 등도 이미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해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할 것이 있으면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당초부터 사드 배치를 확정하면서도 중국의 대응에 너무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7월에 펴낸 '중국의 대 한국 보호무역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사드 배치 등 문제로 한중간 통상마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사드배치로 '혐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고, 이는 중국 진출 국내 기업의 경영 악화와 요유커(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관광 감소로 이어져 대중국 관광수지 흑자가 위축될 가능성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론 우리의 대중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다변화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정치권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면돌파'를 해야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중국의 대안이 없는데다 높은 기술경쟁력으로 중국에서 살아남아야 시장 다변화도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사드로 불거진 중국과의 소원한 관계를 외교적으로 풀되, 산업적으론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서울에서 경쟁이 힘들다고 수원이나 안양으로 옮긴다고 하면 그것을 다변화라고 할 수 없을 뿐더러 현실감각이 없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한국 기업의 중국내 경쟁력 약화를 (사드와 같은)다른 핑계로 덮기보다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자 최대 격전지(중국)에서 경쟁을 해 이긴 뒤에 다변화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은 없다. 중국 중심의 수출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드로 불거진 중국 정부의 경제제재 문제는 외교적으로 (정부가)푸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