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재판을 기다린 시민들이 방청권을 배부받아 입장하고 있다. /오세성 기자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은 공판 준비기일이기에 치열한 법리다툼 없이 조용하게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서관 2층에서 선착순으로 방청권을 배부했다.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지난해 최순실 재판에서 방청권 추첨 경쟁률이 2.6:1이었던 것에 비해 이날 재판은 오후 2시 재판이 시작 이후에도 방청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관심이 덜했다.
방청권 배부는 1시 20분에 시작됐고 국내외 취재진과 방청객, 삼성 관계자 등이 차례로 방청권을 받아 입장했다. 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오후 1시 59분 재판이 시작됐지만 검찰과 변호인단은 본격적인 법리 싸움에 앞서 사전 준비부터 이견을 보였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공소유지는 특검과 특검보가 해야 한다"며 "파견검사가 공소유지 업무를 하는 것은 특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고 특검은 "특검법과 국가공무원법에서 인정된 권리"라고 받아쳤다.
또한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장이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며 법리상 하자를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 제출하고 기타 증거나 서류를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법원이 피고인에 예단을 갖고 유죄추정을 하며 재판을 진행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내용이다. 이에 이영훈 부장판사는 "검찰과 변호인단 모두 의견서를 제출하라"며 충분한 검토 후 다음 재판에서 이를 다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변호인단이 피고인 입장을 설명하며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려 하자 검찰에서 "검찰은 구두로 진행하는데 변호인단만 PPT까지 사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항의했고 이영훈 부장판사 이를 인정하며 변호인단의 PPT 사용은 중단됐다.
증거목록이 방대해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도 나왔다. 이영훈 부장판사는 변호인단에게 검찰로부터 증거목록을 받았는지 물었는데, 변호인단은 "검찰의 허가를 받지 못해 아직 증거를 복사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검찰은 "내용이 2만 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해 증인 등의 실명이 노출된 부분을 가리는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며 "오는 월요일까지 마치겠다"고 약속했다. 이영훈 부장판사는 "특검법상 3개월 내 판결을 해야만 한다"며 "증거 정리가 늦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재판에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재판을 참관하던 한 60대 여성은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사에 할 말이 있다"며 소란을 피워 강제 퇴장 당했고 삼성SDI 해고 노동자들도 법정을 찾아 이재용 부회장의 처벌을 주장했다. 이영훈 부장판사는 "이 사건에 국민적 관심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시일이 촉박한데 이런(소란) 식의 행동은 재판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도 방청석에서 허락을 받지 않고 질문하면 퇴정 시키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 부회장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송우철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후 "2만 페이지 분량의 증거를 복사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기록도 확인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모두 필요한 자료니 확인해야만 한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