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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석유화학/에너지

저물어가는 OPEC, 강해진 미국 셰일



추운 겨울을 보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예전과 달라진 입지를 체감했다. 1·2차 오일쇼크가 일어났던 1970년대 위풍당당했던 OPEC은 이제 미국의 셰일업계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는 급락을 거듭했다. 지난 2월 23일 배럴당 54.45달러까지 올랐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 달도 못돼 48.49달러로 주저앉았다. OPEC 회원국들이 감산을 결의했던 11월 말 45.23달러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겨우내 감산을 단행했던 산유국들의 노력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OPEC 감산 노력, 무위로 돌아가

지난해 11월 OPEC 회원국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일 120만 배럴 감산을 결의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 150만 배럴 감산을 결정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이 합의는 공급과잉으로 인해 저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내려졌었다.

OPEC의 감산 합의에 배럴당 40달러대에 머물던 국제유가는 50달러선을 회복했고 이어 러시아를 비롯한 OPEC 비(非)회원국들도 석유 생산량을 일 55만8000배럴 감산하기로 결의하며 국제유가 상승을 견인했다. 일 80만 배럴 초과공급이 이뤄지던 상황에서 일 205만8000배럴 감산이 이뤄지자 시장에서는 공급부족 우려가 제기됐다. 국제유가 역시 배럴당 60달러를 넘길 것으로 관측됐다.

OPEC을 중심으로 한 산유국들이 감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국제유가 상승 기대감은 일장춘몽으로 끝이 났다. 미국의 원유재고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는 총 5억2839만 배럴이었다. 원유재고량 증가분도 시장 예상치 160만 배럴을 5배 이상 뛰어넘는 820만 배럴로 조사됐다.

◆생산성 높인 美 셰일업계

미국의 원유재고량 증가는 셰일업체들의 증산을 의미한다. 퇴적암에서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미국 셰일업체들은 OPEC이 2014년부터 지속한 저유가 영향으로 파산신청을 하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시추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성 높은 지역에서만 개발을 하는 등 원가 절감 방안을 내놨고 생산비용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일례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텍사스와 뉴멕시코 사이 유전지대인 퍼미언 분지 내 기업들의 유정 생산성은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셰일 산업의 생산성 변화와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비전통적인 타이트 오일 개발 기술이 적용되고 수평정 개발이 진행되면서 생산성이 향상됐다. 시추, 압력 펌프, 장비 대여 비용도 대폭 인하돼 기업들의 유정 개발 비용은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지난 2014년 바켄 지역에서 유정을 시추·개발하려면 9억 달러가 들어갔지만 이제는 5억 달러로 가능한 상황이다. 저유가에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OPEC, 불쾌하지만 대응 곤란

비회원국까지 설득해 이룬 감산을 미국 셰일업체들이 잠식하자 OPEC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에너지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미국 원유업체 CEO들과 비공개 회담을 갖고 OPEC이 셰일오일 증산을 감안해 생산량을 줄이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 역시 "OPEC 감산으로 인해 유가가 반등하는 국면에 미국 셰일오일업체들이 무임승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OPEC에 마땅한 대응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입의 대부분을 원유에 의존하기에 증산을 통해 셰일업계가 대응하지 못할 정도의 저유가 상황을 만들기도 어렵고 감산을 해도 수입이 줄어들기에 결국 셰일업계에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 된다.

OPEC 내부의 분란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쿠웨이트와 사우디를 제외하고는 OPEC 회원국들의 감산 이행률이 50%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사우디는 감산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다른 회원국들의 합의 불이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OPEC이 줄어든 영향력과 결속력을 실감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감산 합의의 실효성에 회의를 느낀 각국이 증산에 나서 내년 중반까지 석유 공급량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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