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에서는 '쇼핑 전문 MC'인 쇼핑호스트가 상품 인식과 매출을 좌지우지 한다. 약 22년이라는 짧은 홈쇼핑역사에도 불구하고 유망직종으로 자리잡은 쇼핑호스트계의 미래 주역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업계의 1등 쇼핑호스트의 콘텐츠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가운데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최근 루키들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어 '1등만을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뒤집기 위해서다. [편집자주]
지난 10일 김은화 현대홈쇼핑 쇼호스트를 만났다. /현대홈쇼핑
"결혼 7년차에 7살된 딸을 키우고 있어요. 아이가 5살때 현대홈쇼핑 공채로 입사해서 쇼호스트가 됐습니다."
올해로 34살. 30대 같지 않는 화려한 외모와 우아한 분위기가 '애엄마 맞아'라는 의문을 들게 했다. 현대홈쇼핑의 3년차 쇼호스트 김은화씨 이야기다.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가 된 3년전 김은화 쇼호스트는 당당히 쇼호스트 공채에 합격했다.
홈쇼핑의 길로 들어선 배경은 '친한언니의 추천'이었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과 목소리톤이 쇼호스트라는 직업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주변의 추천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약 6개월의 쇼호스트 아카데미 과정을 마치고 현대홈쇼핑의 신입공채로 들어갔다.
주부, 또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공채에 합격하기란 쉽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의 경험을 본인의 업무에 잘 녹여내고 있어 '주부'라는 본인의 스펙이 자랑스럽다. 주부로서 쌓아온 경험이 판매하는 제품과 어우러져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은화 쇼호스트는 현대홈쇼핑의 이·미용, 패션 카테고리 판매 방송에 주로 나오고 있다. 현대홈쇼핑 입사 전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에서 판매 직원을 대상으로 제품을 설명하는 업무를 해본 커리어가 이·미용 판매에 장점으로 작용했다.
전 직장 커리어 덕분에 깊은 정보력을 전달할 수 있어 이·미용 판매는 자신있는 카테고리 중 하나다. 신입 때부터 홈쇼핑업계 1위 제품으로 자리잡은 '에이지투웨니스' 방송을 경험하면서 쌓은 자신감도 한 몫 했다.
패션 카테고리는 '재밌는 분야'라고 표현했다. 김은화 쇼호스트는 현재는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지만 입사 전에는 17kg까지 감량해 본 '다이어트 신'이기도 하다. 때문에 '어디에 군살이 집중되는지', '어떻게 입었을 때 말라보이는 지' 혹은 '비율이 좋아보이는 지'를 알고 있었다.
패션 방송에서도 이같은 본인의 경험을 잘 활용하는 편이다. 특히 의류같은 경우는 소비자가 입어보고 살 수가 없기 때문에 본인의 '의류 구매 실패 경험담'을 살려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그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오면 '희열이 온다'고 표현했다.
기자는 생활용품이 주부로서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카테고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그는 이·미용, 패션 카테고리 구매 연령대를 살펴보면 대부분 '아이를 키우는 주부'가 주 고객층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카데고리든 상관없이 주부들과의 공감대가 많이 이뤄지는 유통 채널이 홈쇼핑이라는 점도 그의 설명을 뒷받침했다.
판매 방송을 준비하며 어떤 공부를 주로 하는지 물어봤다. 그는 '시장조사'를 가장 우선시 꼽았다. 회사 앞에 있는 현대백화점 천호점과 여러 아울렛 등 오프라인 매장을 살펴보며 트렌드와 가격대를 집중적으로 보고 공부한다는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쇼호스트들이 하는 방송 모니터링보다도 '발품 팔아서 얻어내는 정보'를 중요시 여기고 있었다.
시장조사 외에 핸드폰에 모아두는 '방송앨범' 사진도 발품 팔아서 얻는 정보 중 하나다. 잡지나 책 또는 광고 문구를 보다가 방송에서 쓸 수 있는 표현을 보면 순간순간 찍어두는 것이다. 친구들와 대화할 때도 좋은 표현이 나오면 메모부터 하는 직업병을 키웠다. 이러한 센스있는 멘트가 본인의 재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은화가 추천하는 쇼호스트의 조건 3가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호기심과 센스, 체력관리를 꼽았다. 상품을 많이 접하고 속까지 파고 들어야 제품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데 호기심이 없는 사람들은 상품기술서에만 의존하고 틀에박힌 공부만 한다는 이유에서다.
상품기술서만 보고 진행하는 방송이나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데 억지로 이어붙여서 만들어낸 방송은 티가 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생방송으로 판매를 하는 쇼호스트에게 센스는 일종의 임기응변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겨도 고객은 TV를 통해 나를 보고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체력관리는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3가지를 채워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기본적인 한가지를 굳이 덧붙이고자 '체력'을 뽑았다. 끼니를 제때 먹지 못할 만큼 바쁜 스케줄이 지속되지만 생방송을 기본으로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가 뽑은 홈쇼핑 팁은 무엇일까. 김은화 쇼호스트는 현대 뿐만 아니라 타사 홈쇼핑에서도 구매를 자주하는 홈쇼핑 매니아였다. 그가 추천하는 가장 중요한 쇼핑 팁은 '상품평'이다.
홈쇼핑 론칭방송이 아닐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솔직하게 남겨준 상품평이 올라와 있다. 그는 '과하다 싶다' 정도로 상품평을 많이 읽는다고 한다. 홈쇼핑에서도 상품평을 이용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상품평을 가장 중요시 여기고 있다고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쇼호스트 준비생들에게 전하고 싶은말을 물었다. 그는 '쇼호스트가 본인이 원하는 직업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것을 권유했다. 예쁘게 화장하고 예쁜 옷을 입고 브라운관에 선다는 이유로 겉만 보면 화려한 직업일 수 있으나 알고보면 공부도 많이 해야하고 본인을 위해 상당한 노력 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