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밤 서울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겼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이 있은지 이틀만이다.
국민들에게 입장을 직접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민경욱 전 대변인의 입을 빌어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을 대신 전했다.
하지만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대해선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냈다.
박 전 대통령은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고 민 전 대변인은 전했다.
결국 헌재 결정을 신뢰하지 않고, 앞으로 '진실공방전'을 예고케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은 당초 13일 오전 중에 사저로 옮기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날 오후 급작스럽게 청와대에서 참모들과 인사를 하고 삼성동 사저로 이동했다. 이는 비서실장 주재로 앞서 열린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7시 37분께 삼성동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허태열, 이병기, 이원종 전 비서실장과 민경욱 전 대변인, 전광삼 전 춘추관장 등 전직 청와대 핵심 참모, 그리고 친박(친박근혜)계인 김진태, 윤상현, 조원진, 박대출, 서청원, 최경환, 이우현 의원 등의 마중에 미소를 띄며 인사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사저 복귀 소식을 접하고 모여든 지지자 800여명(경찰 추산) 중 일부에게도 인사말을 건낸 후 사저로 들어갔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사저 안으로 들어갈 때 전직 청와대 참모와 측근 정치인은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한편 이날 오후까지 박 전 대통령 사저 개보수작업은 바쁘게 진행됐다.
오전에는 도배 공사와 난방공사 작업이 진행됐고 이후 난방기기, 집기류, TV, 냉장고, 세탁기 등이 박 전 대통령의 사저에 도착하는 풍경이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