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겸 한국석유화학협회장. /롯데케미칼
16일 한국석유화학협회가 서울 소공로 롯데호텔에서 43회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진통 끝에 허수영 협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허 협회장은 "미국 트럼프 정권과 중국의 무역관계 압박이 있기에 잘 대비해야 한다"며 "정부와 공동 대처할 수 있도록 정보 공유 등에 노력하겠다"고 연임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회장 순번제를 꼭 다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당초 석유화학협회는 허수영 협회장의 퇴임을 염두에 두고 차기 회장을 물색했다. 허 협회장이 롯데그룹 초대 화학BU장을 맡아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첨단소재, 롯데비피화학,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 타이탄 등 주요 계열사 관리와 그룹 화학사업 총괄을 해야 하기에 연임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회원사 가운데 LG화학,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한화케미칼, 대림산업 등 주요 5개사가 순번제로 회장직을 맡기로 합의했지만 당장 회장을 맡겠다는 회사는 나오지 않았다. 5개사 모두 순번제를 시작하는 첫 회장직을 다른 회사로 미룬 것이다. 물색이 난항을 겪자 지난달 23일로 예정됐던 정기총회도 16일로 늦춰졌다.
결국 허 협회장이 금호석유화학, 대한유화 등 32개 회원사에 직접 연락해 차기 회장을 물색했지만 이 역시 모든 CEO들이 거절했다. 총회 전날인 15일 저녁까지도 후임 지원자가 없자 허 협회장은 연임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알려졌다.
업계 CEO들이 협회장 자리를 고사한 것은 업계 이익을 대변해 정부에 반기도 들어야 하는 자리인 것에 이유가 있다. 명예로운 자리이지만 모든 부담을 짊어져야 하기에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는 계산이다. 오너 그룹에 속한 경우 CEO의 발언이 그룹 전체에 피해를 줄 수도 있기에 더욱 몸을 사리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오너의 경우 화학 계열사 CEO에게 협회장 자리를 맡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한다"며 "다음번에도 다른 CEO가 회장직을 맡진 않을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허수영 협회장은 롯데그룹 화학BU장 겸임과 관련해 "협회장을 공석으로 둘 수 없어 막판에 결정을 내렸다"며 "BU 제도는 롯데그룹이 커지며 유능한 사람도 많이 올라왔으니 부문별 경영을 효율화 하려고 만들었다. 협회 활동에 힘쓰며 롯데정밀화학 등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사업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