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이 투자자들을 증시로 불러 모았다. 16일 코스피지수는 17.08포인트(0.80%) 오른 2150.08에 마감했다.미국의 금리 인상이 국내 증시에 상당부문 선반영된 데다 점진적인 금리인상 방침까지 나오면서 불안 심리가 해소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안도 하기에는 이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등 좋지 않은 변수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안전자산을 쫓아 대거 빠져나간다면 외환시장과 주식·채권시장이 미치는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코스피 시장에 봄바람
경험상 미국의 금리인상은 국내 증시에 악재다. 90년 이후 미국이 금리를 올린 것은 크게 세 차례다. 1994년(1995년까지 3.0%→6.0%), 1999년(2000년까지 4.75%→6.50%), 2004년(2006년까지 1.0%→5.2%)에 금리 인상을 했다.
그때마다 한국 증시는 독감을 앓았다. 국제금융센터 자료에 따르면 1994년 2월 4일 연준이 금리를 3.0%에서 3.25%로 처음 올린 뒤 코스피는 43일간 11.7% 하락했다. 또 1999년 6월30일(4.75%→5.00%) 이후에는 62일간 23%, 2004년 6월30일(1.00%→1.25%) 뒤로는 80일간 23.1% 주저 앉았다.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긴축)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려는 현 상황과 유사한 인상 시기를 1994년과 2004년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두 시기의 금리 인상 파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1994년 금리 인상은 사전 인상 시그널(신호)이 충분하지 않았고 인상폭 예측도 불가능해 세계 증시에 미치는 파장이 컸다. 당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자본의 급격한 신흥국 이탈을 초래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촉발한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반면 2004년 인상 때 연준은 그 해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장기간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렸다. 아울러 사전에 여러 차례 점진적인 인상을 시사해 시장 충격이 크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의 상승 동력도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 해소와 미국의 점진적인 금리인상 방침에 따른 투자심리 호전 때문이다.
KTB투자증권 채현기 이코노미스트는 "3월 회의에서 연준위원들의 긍정적인 경제전망, 그리고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가 확인됨에 따라 현재 지속되고 있는 위험자산 선호심리는 좀 더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펀더멘탈까지 좋아졌다는 전망도 힘을 실었다.
미래에셋대우는 1901개 상장사의 작년 실적을 추산한 결과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58조원과 107조원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김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상장사들이 2년째 10%대의 이익 증가율을 나타냈다"며 "기업들의 실적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증시상승, 금리 안정에 무게
국내 증시에 봄이 온 것일까. 사상최고치(2230)도 갈아치울 수 있을까.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코스피 고점을 사상 최고치(2230) 기록보다 높은 2250으로 제시했다.
삼성증권 허진욱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우려보다 비둘기적(통화완화론자)인 문구와 점도표(dot-plo)t의 유지는 금융시장의 투자심리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단기적으로 증시 상승, 금리 안정, 달러화 약세가 좀 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경기 호전과 기업 실적 개선 전망도 우세해 증시는 박스권을 뚫고 전 고점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걱정도 여전하다.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은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대감은 시장에 선반영됐고 국내 경기 여건이 좋은 상황이 아니어서 상승세가 장기 지속할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