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를 맞아 국내 보험사와 카드사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통상 금리 인상은 보험업에 유리하지만 일부 회계상 채권용도를 만기보유에서 매도가능으로 변경한 보험사는 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 카드사들은 조달비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경영환경이 올해 한층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리 상승은 보험사에 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불러온다. 자산운용이익률이 개선되면서 이차역마진이 줄기 때문이다. 최근의 저금리 장기화 속 보험업계는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판매해 온 최대 10%대 고정금리 상품으로 역마진 부담이 컸다.
특히 고정금리의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았던 생명보험사엔 금리 상승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보험료 적립금 가운데 금리확정형 비중은 생명보험업계(43%)가 손해보험업계(7%)보다 6배 이상 크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지면 자산운용 수익률이 올라 자산 운용이 원활해지는 효과가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가파른 금리인상은 경계
보험업계는 다만 최근의 금리 인상이 가파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이 올라가는 속도가 은행 금리보다 느려 저축성보험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영헌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장성보험은 가격 하락으로 일부 수요가 늘 수 있다"며 "다만 보험산업은 저축성보험 상품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회계상 채권용도를 만기보유에서 매도가능으로 변경한 일부 보험사에겐 금리 인상이 악재로 작용한다.
보험사가 투자하는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는 만기보유와 중간에 매각할 수 있는 매도가능으로 나뉜다. 만기보유채권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매도가능채권은 분기별로 시장가치에 따라 평가해 평가손익이 재무제표에 반영한다. 회계상 채권용도를 한 번 바꾸면 3년간 다시 재조정할 수 없다. 금리가 오르면 평가손실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사들의 전체 운용자산 815조원 가운데 단기매매·매도가능 채권은 전체의 46.4%인 378조원에 달한다. 보험사 운용자산 중 절반이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평가 손실의 영향을 받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보험사 매도가능채권의 평가손실 규모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저금리 시대를 지나오면서 일부 보험사는 채권평가 이익을 늘리기 위해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변경한 바 있다. ING생명은 지난 2014년 말 기준 만기보유채권 4조6386억원을 이듬해 말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해 1조5000억원 규모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4년 전액 매도가능채권으로 변경했으나 올 1월 58조원 중 30조원을 만기보유채권으로 전환했다.
◆카드사, 조달비용 상승 영향
카드사들은 조달비용 상승 등 영향으로 경영환경 악화가 우려된다. 카드사는 주로 카드채를 발행해 돈을 조달한 뒤 이 돈으로 대출을 시행해 수익을 낸다.
최근 몇 년간 카드사들은 저금리로 조달비용이 크게 줄어 이득을 봤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7개 전업카드사의 조달비용은 전년 대비 1449억원이나 줄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카드채(AA+) 3년물 시장금리는 1.5%를 밑돌았지만 지금은 2%를 웃돌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이 고금리라는 지적이 많아 대출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며 "올해 조달비용 인상은 물론 당국의 2금융권 가계대출 강화로 대출을 늘리기도 어려워 회사경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