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절대수익을 낸다'는 한국형 헤지펀드. 지난 2011년 12월 출범한 지 올해로 6년째 접어들었다. 주춤하던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이 다시 7조원대를 돌파했다. 머지않아 10조원대 돌파가 예상된다.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기관과 초고액자산가의 자금이 몰린 결과다. 또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에 따라 진입 장벽도 대폭 낮아졌다.
그러나 트렉레코드(운용성과)가 쌓이는 만큼 한국형 헤지펀드의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 10조 돌파는 무난할 듯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총자산 규모(AUM)는 7조2100억원(2월 28일 기준)으로 추산됐다.
2011년 말 도입된 한국형 헤지펀드의 자산규모는 2012년 9월 8000억원을 찍고 서서히 증가해 지난해 1월 3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2조원 불어나는 데 약 4년이 걸렸는데, 지난해에는 7개월 만에 2배 수준인 3조원이 불어나는 폭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 규모가 연말에 10조원대까지 불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너스, 비전, 마이퍼스트, 파레토, 리코 등 새로운 헤지펀드가 등장했다. 펀드수도 32개가 늘었다. 다블유자산운용의 'W아트 1호'와 같은 미술품 투자 헤지펀드도 등장했다.
헤지펀드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덕분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29일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재간접투자 공모펀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펀드상품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새로 진입한 운용사들의 펀드 출시 붐(boom) 에도 설정액 1조504억원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위권에 있는 타임포트폴리오(7605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5782억원), 흥국자산(4478억원), 안다자산(4336억원)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PBS(Prime Brokerage Service) 순위에서는 NH투자증권이 점유율 34.33%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어 삼성증권(25.08%), 미래에셋대우(20.27%), 한투증권(13.07%), KB증권(8.77%) 등이 뒤를 잇고 있다.
◆ 올해 10조원대로 커질 듯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대부분 '롱쇼트(Long-Short) 전략'을 활용한다. 30여개 '롱쇼트'를 구사한다. 이 전략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은 사고(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보이는 주식은 증권사 등에서 빌려 매도(공매도·Short)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매매기법이다.
그러나 일부 헤지펀드 수익률이 시장 성과에도 못미치면서 운용전략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펀드는 시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등 안정성이 떨어지는 모습"이라며 "특히 최근과 같이 불확실성이 클 때는 롱쇼트 운용전략이 무너지면서 수익률이 급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픽스드인컴(Fixed Income)과 매자닌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가 최근 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헤지펀드 수익률이 시장 성과에도 못미치면서 운용전략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초기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을 이끌었던 브레인자산운용의 한라·백두 등 롱숏 위주 펀드들이 그 예다.
연기금도 발을 빼고 있다. 2015년 초반만 해도 헤지펀드에 대한 출자와 성과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지난해부터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펀드는 시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등 안정성이 떨어지는 모습"이라며 "특히 최근과 같이 불확실성이 클 때는 롱쇼트(매수를 의미하는 롱 포지션과 매도를 뜻하는 쇼트 포지션을 동시에 취하는 방식) 운용전략이 무너지면서 수익률이 급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