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이 이번주 존폐의 갈림길에 선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5조원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 절차에 본격 착수하면서 최악의 경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최대 쟁점은 딜로이트안진이 소속 회계사의 위법 행위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방조했는지다. 고의성이 드러나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져 사실상 폐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계업계에선 안진이 '제2의 산동'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우려가 현실화 된다면 현재 '빅4'(삼일·삼정·안진·한영) 체제가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20일 금융당국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번주 중 임시 회의를 열고 딜로이트안진에 대한 제재를 결정한다. 임시회의는 이번 주 후반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무정지 이상의 제재안이 증선위에서 의결될 경우 최소 열흘간의 사전예고 기간 이후 금융위원회 논의·의결을 거쳐 제재가 확정된다.
격주로 열리는 회의 일정을 고려하면 제재 확정은 이르면 내달 5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딜로이트안진에 신규 감사계약 수임을 12개월간 금지하는 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무 정지가 현실화 된다면 안진은 '제2의 산동'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0년 업계 3위였던 산동회계법인은 대우그룹 회계 사기를 묵인해 1년 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뒤 폐업했다.
시장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A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조 단위 돈이 달라지는 분식회계를 묵인했다면 개인의 결정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법인 차원의 공모 혐의가 밝혀지면 영업정지 등 강경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잘못을 저지른 법인과 회계사에 대해선 강력한 제재가 이뤄져야 하지만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안진의 징계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담당한 회계사가 잘못했느냐 하는 문제의 종속 변수로, 적어도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1심 판결 이후에 제재 수위가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자 대우조선해양과 당시 외부감사인이었던 딜로이트안진에 대해 1년여간 특별감리를 진행했다. 양정 기준에 따르면 감사인이 소속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 기준 위반 행위를 묵인, 방조, 지시 등 조직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적발되면 회계법인은 최대 업무정지, 등록취소 조치까지 받을 수 있다.
증선위는 앞서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에 45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전 대표이사와 현 대표이사에 각각 과징금 1600만원, 1200만원을 부과했다. 또 담당 임원 해임권고와 감사인지정 3년 등의 조치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