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1등 돈가스 '부엉이돈가스' 유전균 대표
외식업으로 성공한 프랜차이즈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한마디로 지속적인 '관심'이다. 요리를 배우고 경험을 쌓고 그렇게 자신의 브랜드를 만든다. 그러나 홍대 1등 돈가스 브랜드로 평가받는 부엉이돈가스 유전균 대표(39)는 상황이 다르다. 관심도 없었던 외식업에 무언가 홀리듯이 빠지면서 이제는 프랜차이즈 시장을 바꿔보겠다는 사명감으로 시장을 누비고 있다.
대학원까지 교육 관련 전공을 했던 그는 남들보다 늦은 30살에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회사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성과를 내면서 입사 1년 만에 전국의 지사로 강의도 하러 다녔다. 5년간 2개의 회사에 다니면서 교육컨설팅을 진행했다. 교육관련 사업을 위한 공부도 놓치지 않았다. 회사에서 퇴사한 그는 북카페 형태의 공간임대사업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사업계획서도 만들고 투자처도 확보했다.
하지만 한두개씩 일이 꼬이면서 시간이 늦춰지기 시작했다. 6개월이 지나면서 초조함이 밀려왔다. 이런 와중에 우연히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를 방문하게 된다. 공간임대사업도 프랜차이즈로 진행하려고 했던 영향도 있었다. 박람회 방문한 김에 여러 업체에 상담도 받았다. 이 상담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꾸게 된 계기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유 대표는 "일본식덮밥과 라멘이 주메뉴인 브랜드였다. 상담 후 무엇에 홀린 듯 계약까지 했다. 가족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금까지 투자해 홍대에 매장을 오픈했다. 외식업 경험도 없고 관심도 없는 상태에서 매장을 오픈한 것이 문제였다. 3개월 동안 매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는 "3개월이 지나면서 제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며 "하지만 그대로 있을 수는 없어 최선을 다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당시 매장을 알리는게 중요했다. 우편 봉투에 쿠폰과 전단지를 넣고 홍대 주변과 주택가를 누비고 다녔다. 이때 생긴 그의 별명이 '전신'이다. '전단지의 신'이란 뜻이다. 또한 일본식 요리를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일본과 국내의 다양한 정보를 매장에 비치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홍대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매장으로도 인정받았다. 매출도 상승해 매출 1등 브랜드가 됐다.
그는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매출이 높아도 가맹본사가 말하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거다. 유 대표는 "전 재산을 투자해 1년이 넘도록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는 데 본사가 계산한 원가, 인건비 등이 맞지 않았다"며 "본사에 항의했더니 제가 매장 관리를 못했다고 하더라. 그때 허탈감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 준비되지 않은 가맹본사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그는 그만의 메뉴 개발에 들어갔다. 이유는 하나였다. 그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바꿔보자는 거다. 유 대표는 "홍대 주변 상권을 조사하면서 돈가스의 대중성을 알게 됐고 대부분 왕돈가스와 일본식돈가스였다"며 "홍대에서 1등 돈가스로 평가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낮에는 매장을 운영하고 영업시간 이후부터 새벽까지 메뉴 개발에 힘을 쏟았다. 읽은 요리책만 수백권이었다. 유튜브, 블로그 등 돈가스 요리 동영상을 보면서 만들고 맛을 봤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지금의 부엉이돈가스 메뉴다. 화두는 이탈리안 커틀렛이다. 돈가스에 치즈나 샐러드를 곁들여 일본식돈가스와 차별화를 뒀다.
부엉이돈가스에서 사용하는 소스에는 MSG나 화학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모두 채소와 과일로 맛을 냈다. 2013년 12월 문을 연 부엉이돈가스 홍대직영점은 4개월이 지나면서 홍대 1등 돈까스 매장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맛있는 홍대 돈가스전문점이라는 평가를 올리면서 줄서는 매장 반열에 올랐다.
유 대표는 자신이 부엉이돈가스를 만든 이유에 대해 "프랜차이즈를 바꿔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맹점주로서 높은 매출에도 수익을 내기 어려웠던 이유가 프랜차이즈의 잘못된 시스템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지금은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가맹점주에게 정직한 브랜드, 가맹점주에게 제시한 수익을 그대로 낼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