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중소기업을 폐업으로까지 내몰 수 있는 지식재산권 싸움, 즉 특허 분쟁의 대안으로 '특허공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관련 제도 시행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고, 주무부처인 특허청도 특허공제 도입을 올해 주요 업무과제로 꼽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본격 시작될 경우 5년간 약 340억원의 보조금이 든다는 이유로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반대하고 있어 중소기업계의 바람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허공제란 기업이 평소에 소액의 부금을 내고, 특허 소송이 발생하거나 국내외에 특허를 출원할 때 드는 비용을 공제금에서 먼저 지원한 뒤 나중에 상환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23일 특허청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특허공제 도입을 골자로 한 발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김기선 의원(자유한국당)이 대표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여기에는 특허청장이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관련 공제사업을 실시하는 기관 또는 단체에게 사업 수행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허청이 앞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서 우리 기업이 특허분쟁으로 피해 또는 침해를 입었다고 신고·상담한 건수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총 146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69건이 신고된 2015년의 경우 중국이 174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특허분쟁을 경험한 기업 가운데 75.7%가 중소기업, 벤처기업, 이노비즈기업이었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중견기업(17.1%)과 대기업(7.2%)의 비중은 적었다. 중소기업 숫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탓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경쟁사로부터 '특허분쟁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기술도용 등 특허 침해를 당한 경우엔 매출액 감소(57.1%), 대외이미지하락(35.3%), 분쟁비용 부담 증가(35.3%) 등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특허소송이나 분쟁이 늘어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특허 관련 전담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중소기업은 18.4%에 그쳤다. 대기업의 경우엔 33.3%였다.
특허분쟁에 따른 소송비용도 우리나라에선 2억원 정도이지만 미국에선 200만 달러, 우리 돈으론 약 22억원에 달해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날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특허공제 정책토론 및 애로간담회'에 참석한 김기선 의원은 "특허공제 도입을 위한 발명진흥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자리를 함께한 최동규 특허청장도 "제도 도입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날 중소기업계는 최 청장에게 ▲특허비용에 대한 R&D 조세지원 ▲특허공제 가입 및 지원범위 확대 ▲업종별 협동조합 회원 맞춤형 지식재산 교육 추진 ▲특허공제 가입자에 대한 세제 지원 ▲특허공제 보장범위 구체화 등의 내용을 추가로 건의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특허공제 제도가 중소기업들의 '새로운 지식재산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시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