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한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말 기준 1344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국제결제은행(BIS)의 분석을 인용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0%를 넘어서면서 (한국경제의)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경계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와 정부 및 감독당국은 가계부채 규모의 증가 속도를 억제하고 금리상승에 취약한 현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며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등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다만 부채의 절대규모를 줄인다는 것은 일단 경제에 쇼크를 주는 일이기에 가뜩이나 미약한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가계부채의 절대규모를 줄일 시)충격을 감내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이 총재가 지난 2014년 취임 후 네 차례나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리인하에 따른)가계부채 증가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14~2015년 금리 인하 당시 경기회복 모멘텀이 워낙 약해 금리 조정으로 이를 대응해야 했다"며 "돌이켜보면 거시건전성 정책이 좀 더 잘 짜여져 뒷받침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통화정책은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는데 분명히 기여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총재는 또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에 대해 국내 자본유출 가능성을 묻자 "미국의 금리 인상 하나만을 놓고 보면 채권 자금 유출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경계를 하고 있다"며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생각보다 빨라진다면 신흥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고 그에 따른 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최근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구성을 보면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것은 물론 장기 투자 이익을 노리는 공공부문 자금 비중도 높다"며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린 이후에도 유입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