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인적분할 후 지배구조 vs 지분정리 후 지배구조자료=한화투자증권주1. 대주주의 자회사 지분과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적정시가총액 비율만큼 스왑(주요 가정)주2. 현대미포조선 보유 4개사(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개, 현대일렉트릭, 현대중공업)지분 및 하이투자증권 지분 3자 매각
정몽준호의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4월1일자로 조선·해양·엔진(존속법인 현대중공업),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로봇·투자(현대로보틱스) 등 4개 회사로 쪼개진다. 기존에 분사한 태양광발전사업(현대그린에너지)부문과 선박사후관리부문(글로벌서비스) 2개 회사까지 합치면 6개 회사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향후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두고 재편된다.
순환출자도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지배구조 최하단에 있는 현대미포조선이 신설되는 현대로보틱스 등 현대중공업 4사 지분 8.0%를 매각하면 순환출자는 해소된다.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이 지배구조 변화 기회
현대중공업그룹은 체질 개선이 한창이다.
권오갑 부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국내외 투자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에서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세계적인 위상을 다시 다져가는데 한 치의 오차가 없도록 하겠다"며 "전기·전자와 건설 등 분사회사도 각 분야에서 세계 톱5가 된다는 목표로 힘찬 도약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우리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모든 경영진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은 사업재편을 통한 혁신을 통해 숙제를 풀고 있다. 그동안 성격이 다른 사업들을 함께 운영하면서 발생한 비효율을 줄이고, 각 사업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
또 각 회사가 독립경영 체제를 확립,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당장 4월부터 6개 독립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현대중공업은 존속할 현대중공업 부문에서 오는 2021년까지 매출 20조원의 성과를 내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인적분할 의미는 사업부문별로 상생이 아니라 각자도생 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생존 또는 도태에 대한 구분이 명확해 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 지분이나 사업부 전체를 매각하는 구조조정 등에서 용이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 전환 마무리를 위한 지분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 현대로보틱스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분율이 13.4%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현대건설기계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현대미포조선 지분 42.3%도 해소해야 한다. 또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던 분할 전 현대중공업 지분 8%가 분할 후 4개사로 나눠지는 8%도 처리해야 한다.
금융사인 하이투자증권, 하이자산운용, 현대선물 지분도 보유할 수 없다.
한화투자증권 이봉진 연구원은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율 확대를 위해 주식 스왑(Swap)이 예상된다"면서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로보틱스 지분은 6개월 안에 우호적인 투자자 등에 매각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현대삼호중공업이 갖고 있는 현대미포조선은 합병(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등의 방법으로 해소될 수 있다"면서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3개사 지분은 2년 안에 현대오일뱅크 상장 등을 통해 현대로보틱스가 인수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순환출자 고리도 머지않아 풀릴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순환출자고리가 하나로 간단하다. 현대중공업(94.9%)→현대삼호중공업(42.3%)→현대미포조선(8.0%)→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현대중공업 지분은 10.15%이다.
◆지부사 전환은, 경영권 승계 일환?
시장 안팎에서는 체질 개선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가 일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1982년 현대중공업 사장, 1987년 회장을 거쳤지만 2001년 고문으로 물러난 후 지금까지 경영에서 손을 떼왔다. 이후 최대주주 자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정치와 국제 무대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아직까지 정기선 전무로 지분 승계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의 현대중공업 지분은 현재 617주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지주사 전환작업이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자사주의 마법'(의결권 분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자사주는 13.4%이다. 하지만 이 자사주는 의결권(상법)이 없다. 그런데 인적 분할을 하게 되면 지주회사가 자사주 비율만큼 신주를 배정받아 의결권이 생긴다. 현대중공업 자사주가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로 넘어가 의결권이 생기면 오너의 지배력은 높아진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로보틱스가 유상증자를 하고 인적 분할을 거치면서 정 이사장이 10.2%씩 갖게되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지분을 현대로보틱스에 현물 출자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그의 지분은 40%까지 늘어난다.
현행 상속세율은 50%로 전 세계 최고다. 정 전무가 그룹 오너로 올라서려면 지분율은 반토막이 나고 경영권 자체를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지주회사 체제에서 지분을 40%까지 올려놓으면 상속세를 내서라도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