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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석유화학/에너지

미래 신소재 개발해도... 정부 무관심 속 효성 폴리케톤 사업 고군분투

효성이 다양한 산업군 전시회에 자체 개발한 신소재 폴리케톤 브랜드 '포케톤'을 선보이고 있지만 수요 부족으로 지난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원활한 생산과 증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아시아 최대 플라스틱 산업 전시회인 '차이나플라스'에 참가한 효성 부스 전경. /효성



4차 산업혁명을 말할 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등의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SW)를 주로 떠올리지만 첨단 신소재도 4차 산업혁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분야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기술로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한 신소재가 정부의 무관심 속에 빛을 못 보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효성그룹은 2013년 올레핀, 일산화탄소 등을 원료로 하는 차세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폴리케톤'을 개발·상용화했다. 2000년대 기업 성장동력으로 삼은 고탄성 섬유 '스판덱스'와 타이어 부품인 '타이어코드'에 이어 차세대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폴리케톤이다.

2004년부터 효성이 개발에 착수한 폴리케톤은 일반 플라스틱과 비교해 가벼우면서도 충격에 강하고 잘 마모되지 않는 특성을 가졌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를 원료로 하고 있어 친환경적 특성까지 갖췄다.

효성은 2015년 연산 1000t 규모의 파일럿 생산을 마치고 1200억원을 들여 5만t 규모의 폴리케톤을 생산하는 울산 용연2공장을 건립했다. 2021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연산 30만t 규모로 폴리케톤 공장을 확장하겠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이 울산 용연2공장은 지난해 8월 폴리케톤 생산을 중단됐다. 생산한 폴리케톤의 수요가 마땅치 않아 재고가 쌓여갔기 때문이다.

효성 관계자는 "지난해 재고가 쌓여 공장 가동을 멈췄다가 재개했지만 아직 폴리케톤 판매량은 적은 편"이라며 "업계에 신소재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과 낮은 가격 경쟁력을 극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통상 소재들은 성능 테스트 등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까지 수년 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고객사 요구에 따라 다양한 테스트를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폴리케톤은 냉장고, 에어컨 부품으로 일부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고객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어내진 못하고 있다. 아직 테스트를 거치는 과정인데다 폴리케톤을 재료로 사용하려면 제조 설비부터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폴리케톤이 좋다고 하지만 우리 제품에 필요한지는 의문"이라며 "충격강도나 내마모성이 기존 소재보다 월등하다는 것은 기존 설비로는 가공이 안 된다는 의미다. 설비 한 대 가격이 억단위인 만큼 공장 설비를 교체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지 증명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설비 변경은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이 되는데 부품이 일부 가볍고 튼튼해진다는 것을 이유로 납품처에 가격을 올리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효성이 개발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폴리케톤. 폴리케톤은 일산화탄소를 주 재료로 하는 친환경적 특성도 가지고 있다. /효성



낮은 수요는 신기술 보급을 늦추는 장애요인이 되며 시장 주도권을 잃는 상황까지도 초래한다. 일본의 경우 1991년 리튬이온 배터리 양산 기술을 세계 최초로 확보했지만 당시 주력 제품이던 니켈카드뮴 배터리와 납축전지에 집중한 나머지, 리튬이온 배터리 보급에 소홀했다. 그 결과 후발주자였던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기업들이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할 시간을 줬고 배터리 시장 주도권마저 고스란히 내놓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2015년 212억 달러에서 2020년 630억 달러(약 70조원)로 성장이 예상된다.

고성능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의 규모는 세계적으로 이미 66조원을 넘어섰고 연간 8%대 성장이 예상된다. 폴리케톤은 현재 상용화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가운데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물질이다. 효성은 폴리케톤이 고성능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얇게 실처럼 가공하면 고성능·고탄성 섬유로도 쓸 수 있고 폴리케톤 1t 생산에 일산화탄소 0.5t이 들어가기에 생산량이 늘어나면 탄소배출권거래제 등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국제협약 주도권을 한국에 안겨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2010년 산업통상자원부는 폴리케톤 개발을 '세계 10대 일류소재기술 사업' 국책과제로 선정해 지원했지만 상용화가 시작된 현재는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모처럼 개발한 국가 차원의 미래 신소재를 방치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소재는 무궁한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본격적인 수요를 만드는 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신산업 분야 R&D 투자 지원에 힘쓰고 있는데 보다 거시적인 시각을 갖고 신소재·신산업 등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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