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업계 "점유율 경쟁에서 이겨라"
'점유율을 올려라.'
위스키업체들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한국 위스키 시장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저도수 위스키를 기반으로 한 점유율 높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위스키 판매량은 22만9646상자(1상자 = 9ℓ)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했다. 업체마다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거나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위스키 판매량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시장 규모는 계속 작아지고 있고, 이벤트나 신제품도 큰 변화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점유율 경쟁만이 살아남을 방법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업체마다 점유율을 끌어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주류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위스키 시장의 구조가 저도수 위스키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한다. 저도수 위스키는 2009년 처음으로 출시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9년 0.1%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저도수 위스키는 올해 2월 기준으로 누적 점유율 39.5%를 기록했으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은 33.6% 증가했다.
특히 국내 위스키 시장이 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만큼 부진하지만 저도수 위스키를 앞세운 '골든블루'는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 7년 만에 누적 판매량 2000만병을 돌파했다.
이어 디아지오코리아는 '윈저 더블유 시그니처'를, 페르노리카코리아는 '35 바이 임페리얼'을 선보이며 저도수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에 불을 지폈다. 업체마다 저도수 위스키 신제품을 쏟아내며 핵심제품으로 설정,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저도수 위스키와 함께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는 위스키 제품은 바로 싱글몰트(Single malt) 위스키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한 증류소에서 생산된 몰트위스키만을 블랜딩한 제품이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해당 증류소가 생산하는 위스키 원액의 고유한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고 저렴한 그레인 위스키 원액과 블랜딩 하지 않아 일반적인 블랜디드 위스키보다 고급 제품으로 분류된다.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은 국내 총 위스키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맥캘란, 글렌피딕, 더 글렌리벳 등이 국내 3대 싱글몰트 위스키로 꼽힌다.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의 성장은 강남지역의 몰트 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만 판매하는 몰트 바는 위스키 한 잔 당 가격이 2만~100만원 선이다. 일부 바는 입장료로 1인당 5000원에서 2만원을 받기도 한다. 이런 고가에도 불구하고 몰트 바는 당장의 만족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욜로(YOLO)' 족 등을 중심으로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위스키 업계는 위스키 소비를 늘리기 위해 위스키 대중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위스키 대중화를 위해 업체들이 타깃으로 삼은 건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홈술·혼술족이다. 위스키 업체들은 홈술, 혼술족을 위해 가정용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하고 영업망도 강화하고 있다.
롯데주류에선 지난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스카치블루 킹'을 출시했고 디아지오코리아는 '조니워커' 소용량 제품을 출시해 홈술·혼술족을 공략하고 있다.
가격이나 용량 조절이 아닌 가정에서 즐기기 적합한 주질을 가진 신개념 제품도 있다. 지난해 5월 골든블루가 국내 최초 화이트 위스키로 선보인 '팬텀 더 화이트'다. 불투명하고 독한 기존 위스키와는 달리 보드카나 소주처럼 투명한 빛깔이 특징이고 알코올 도수는 36.5도다. 골든블루는 가정에서 보드카나 소주를 즐기는 소비자를 위스키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팬텀 더 화이트'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홈술·혼술족으로 인해 최근 주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편의점에도 위스키 제품이 늘어가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조니워커 레드 레이블 200mL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면서 편의점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맥캘란은 GS25와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 전용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들 편의점에 납품되는 제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 용량이 40% 가량 축소된 500mL '맥캘란 12년산'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역시 '인터내셔널 스카치 위스키 컬렉션'을 CU편의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글렌리벳 15년(50㎖)과 함께 시바스리갈 12년(50㎖), 발렌타인 17년(50㎖), 로얄 살루트 21년(50㎖) 등 4가지 제품이 미니어처 사이즈로 구성됐다.
위스키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회사들이 각종 이벤트나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위스키 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큰 성과가 나타나진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현재 위스키 업계에선 자사의 생존을 위해 점유율 경쟁을 우선 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