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규진 이랜드그룹 CFO와 김보걸 자금본부장이 기자간담회장에서 질의응답을 받고 있다. /이랜드그룹
이랜드그룹, 이랜드리테일 지분 매각으로 6000억원 자금 조달
이랜드월드는 이랜드파크 등 계열사 지분인수를 통해 지주회사 구조 확립
상장 결정 기다리기 보다 선제적 대처로 전략 선회…"창사 이후 최대 기업 개편"
기업 상장이 연이어 미뤄져왔던 이랜드그룹이 이랜드리테일 지분을 매각하고 이랜드파크(외식사업부·이랜드리테일 자회사)를 이랜드리테일에서 완전 분리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또 이랜드월드는 이랜드리테일에서 분리된 이랜드파크의 지분을 매입, 실질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재무구조 안정화를 통해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을 우량회사로 키운 뒤 내년 상반기 상장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3일 이랜드그룹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켄싱턴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랜드리테일 지분 매각을 통해 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 재무구조와 신용등급 안정화를 이루는 한편 이랜드리테일의 자회사인 이랜드파크 등을 분리하는 선제적 기업구조 개편 후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12월 총매출 5조, 전국 53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유통법인 이랜드리테일을 한국거래소에 상장하기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자기자본과 매출액 등이 패스트트랙(상장심사 간소화) 형식적 요건이 충족돼 빠르면 5월 안에 IPO 상장이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외식사업부인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지며 상장이 지연됐다. 당시 아르바이트 근로자 4만4360명의 임금과 수당 83억7200여만원이 미지급 됐고 이에 한국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위한 심의 계획을 연기한 것이다.
이규진 이랜드그룹 CFO는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했으나 상장 절차가 계속 지연됐다"며 "막연하게 기다리기보다는 선제적 대처로 상장을 적극 추진하고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이랜드는 이랜드리테일 상장 및 자금 조달을 위해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진 이랜드파크를 이랜드리테일과 분리 매각한다. 이를 통해 임금체불 이슈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신용등급 상향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이를 위해 주관사인 동부증권과 큐리어스파트너스가 투자구조 협의 및 외부투자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자금 조달이 완료되면 이랜드리테일에게 3000억원, 이랜드월드에게 3000억원이 각각 유입된다.
이랜드는 매각자금으로 이랜드리테일의 상환전환우선주 3000억원을 해결한다. 또 이랜드월드는 2000억원으로 이랜드리테일에서 분리된 이랜드파크의 지분을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파크의 지분을 인수한 이랜드월드는 실질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된다. 딜을 통해 이랜드파크와 이랜드월드는 자회사간 수평구조로 이뤄지지만 향후 이랜드월드 내 패션사업부는 별도로 독립시킨다는 방침이다.
김보걸 이랜드그룹 자본본부장은 "지분 매각 이후 이랜드리테일의 경영권이 최대주주한테 넘어가게 된다"며 "주식매매계약(SPA)에 경영권을 이랜드월드에 위임한다는 조항을 담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구조개편은 이랜드리테일을 우량회사로 키워 상장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이번 딜을 통해 이랜드리테일은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큰폭으로 개선되며 그룹리스크로부터 단절된다고 이랜드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랜드리테일의 당기순이익은 1302억원이다. 반면 임금체불 문제를 껴안은 이랜드파크 등 자회사를 통합한 이랜드리테일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743억까지 떨어져 상장 가치를 훼손시킨다. 이랜드가 자회사 분리를 통해 단독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다.
투자자 실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이번 딜은 5월 중으로 투자자 의사결정이 완료, 6월 중으로 딜크로징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이랜드리테일의 상장 시점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규진 이랜드그룹 CFO는 "이번 딜을 통해 창사 이후 큰 기업 구조 변경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번 딜이 재무구조 개선 완료와 신용등급 상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사적인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구조 개편을 위해 이랜드그룹 내 비수익브랜드도 차차 매각할 예정이다.
이규진 이랜드그룹 CFO는 "이익이 나오고는 있지만 주력사업은 아닌 저효율브랜드를 매각할 예정"이라며 "비공개로 경쟁이 진행되는 만큼 브랜드 이름은 거론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