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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얼굴의 외국인 "한국 간접투자 매력없어" vs."직접투자 쏠쏠하네"

주요 외은지점에 대한 규제 비교



피델리티자산운용이 국내 운용부문에서 짐을 싼다. 지난 2004년 서울에 둥지를 틀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13년 만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지난 2012년에도 철수설이 나온 바 있다. 당시 마이클 리드 사장은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도이치증권 '한국 철수설'도 모락모락 피어난다. 한국도이치증권 측은 "철수는 절대 없다"며 완강히 부정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떠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많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ELS(주가연계증권)의 집단 소송에서 패소해 수 백 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가운데 실적까지 반토막 났다.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행(영국), 바클레이스은행(영국),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BBVA은행(스페인), UBS(스위스)….'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려는 외국 기업들이다.

한국시장에 짐을 싸는 표면적인 이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본사 차원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이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서 더는 먹거리를 찾기 힘들고, 기업하기 힘든 환경이 직·간접적인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배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대선 등 불안한 대내외 환경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엑소더스 코리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채권과 주식을 싹쓸이한다. 치고 빠지기식 전략이다.

◆실적부진 구조조정?… 한국시장 높은 장벽?

지난 3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서울) 지하 쇼핑몰. 퇴근한 증권맨들과 쇼핑몰을 찾은 이들로 북적였다. 지하 3층 '○○식당' 앞은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직장인 전성희 씨(30)는 "1주일에 두세 번은 꼭 들른다. 비즈니스 미팅이나 점심은 물론 영화관까지 있어 저녁 여가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자주 찾는 편이다"고 했다.

하지만 지상부 오피스동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초라한 모습이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이곳은 건물 3동 중 한 동이 희미한 불빛만 새 나온채 적막했다. 빈 사무실을 채우기도 버거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상당수 외국계 운용사들은 피델리티 처럼 운용부문을 대폭 축소해 명맥을 잇고 있다. 도이치자산운용, 블랙록자산운용 등은 직접 운용이 아닌 재간접형 펀드로 국내 시장에서 명맥을 잇고 있다.

또 방코 빌바오 비즈카야 아르젠타리아(BBVA)은행, 스페인 내 자산규모 1위 은행인 산탄데르은행(방코산탄데르에스에이),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UBS 등 유럽계와 미국계 은행들도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거나 철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영국 푸르덴셜그룹은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생명에 PCA생명을 넘기고 떠났다.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는 이유는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37개 외국은행 한국 지점들이 지난해 80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에 올린 1조1926억원의 당기순이익 대비 33% 급감한 것.

틀에 박힌 규제도 문제다. 방효진 DBS은행 서울지점장은 'FSS SPEAKS 2016'에서 "국내사와 외국계에 하나의 규정을 적용하기보다는 모국의 규정에도 맞춰 운영하는 기업인 외국계 금융사에 차별화된 규정이 적용됐으면 한다"며 "그것이 금융 경쟁력의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금융사의 잇단 한국 철수로 한국 금융시장은 '글로벌 금융사의 무덤'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아시아 금융 중심지를 두고 경쟁하는 홍콩, 상하이, 도쿄 등과 비교우위를 갖기 위해선 다양한 글로벌 금융회사의 국내 진입을 유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외환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진입 목적에 적합한 영업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제조 및 서비스 업체들도 발을 빼고 있다.

상장사인 웨이포트는 지난달 29일 유통 지분 32.89%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공시했다. 2010년 코스닥에 상장한 지 7년 만에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중국 기업이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은 3노드디지탈, 중국식품포장, 코웰이홀딩스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미국 캐주얼 브랜드 아베크롬비앤드피치도 한국에서 철수했다. 미국 브랜드 랄프로렌은 온라인사업을 접었다. 영국의 모바일게임 '캔디크러쉬사가' 개발사 킹닷컴은 지난 2월 28일 한국에서 철수했다. 지사장을 비롯해 한국 지사 직원들은 이미 모두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카롱계의 샤넬'로 불리는 프랑스 '피에르 에르메 파리'는 청담동 디올 플래그십스토어의 피에르 에르메 카페를 제외하고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핫머니, 재정거래·환차익 노리고 주식 채권 싹쓸이

외국인은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직접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은 한국채권을 '폭식'하고 중이다.

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올해 1분기에 누적 기준 13조5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월별 순매수 규모는 1월 3조1000억원, 2월 6조9000억원, 3월 3조5000억원 등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환율 등 차익거래 요건을 고려해 단기 투자에 나선 것이지 국내 경기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개선돼 순투자를 늘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수 규모는 5조 원을 넘었다. 지난 3월에는 3조507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의 매수세와 달러 강세가 주춤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원화 가치 강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반갑지만은 않다.

"글로벌 자금시장이 조금이라도 경직되면 한국에서 자금을 빼내는 등 한국이 현금자동인출기(ATM)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258억달러 이탈)는 우리에게 적잖은 교훈을 준다.

글로벌 유동성을 붙잡아 둘 '풀 팩터(Pull factor·흡인요인)'가 약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낮췄다.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은 "한국은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와 국가 리더십 부재에 따른 내수 부진이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올해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미국의 통화 긴축과 한국의 구조개혁 지연도 소비 억제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한국시장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려면 '새로운 성장모델'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대한민국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전자업의 경우 2010년 한국의 매출증가율은 25.55%로 4개국 중 가장 높았으나 2014년에는 4.10%를 기록해 미국 5.94%, 일본 6.68%, 중국 9.84%보다 낮았다. 해운, 화학, 자동차, 철강 등도 뒷걸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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