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 겸 KB국민은행 행장.
'소(小) 사장제', '파트너십그룹(PG)', '자율경영본부', '커뮤니티(Community)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등 '디지털 금융 대전'을 앞두고 은행들이 일제히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표현만 다를 뿐 지점 간 협업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영업조직이란 점에서 사실상 모두 같은 개념으로 해석된다. 기존 보수적 조직형태로는 빠른 대응과 결정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보수적인 은행이 지역이나 본부별 인사권 독립을 시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행장 또는 본점의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실험이란 평가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2분기부터 각 지역 영업본부장에게 인사권과 예산권 등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주는 '지역 소사장' 제도를 운영키로 했다. 함영주 행장의 파격 실험이다.
각 지역 영업본부장이 인사권과 예산권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독립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영업추진과 평가 등도 자율적으로 맡기는 방식이다.
KB국민은행은 이에 앞서 지난해부터 전국 영업지점을 공동 영업권인 파트너십그룹(PG)으로 운영 중이다. 현재 적게는 4개에서 최고 11개 지점을 묶어 138개의 PG가 있다.
올 초부터는 기존 PG에 경영활동의 권한 범위를 더 확대한 자율경영 지역본부 3곳을 시범 운영 중이다. 조직을 이끌 지역본부장 3명도 공모를 통해 특별 선정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부터 리테일 영업점과 금융센터를 포함해 6~7개 영업점을 한 그룹으로 묶어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제도 비슷하다.
은행들이 모두 조직 효율화에 나선 것은 디지털 시대에 빠른 의사결정과 효과적인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정기 조회사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출범을 언급하며 "디지털 경쟁자들의 전략은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고객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라며 "경쟁자보다 먼저 의사결정을 하고 고객에게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은 PG체계를 통한 조직 효율화의 효과가 이번 1분기 실적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의 올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6000억원 안팎으로 전년 대비 10%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PG체계는 지점간의 경쟁이 아니라 협업으로 큰 틀에서 KB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라며 "자산의 성장세가 안정화되는 등 조직 재정비에 따른 효과는 올해부터 실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조만간 본부 조직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본부 조직 재편은 올해 말 정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재빠르게 반응해야 할 본부조직부터 모든 업무와 프로세스를 디지털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등 효율화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올해 주력하고 있는 PG 중심 영업체계의 효율화와 안정화가 진전을 이루면 이후에는 본부 조직의 재정비를 위한 지혜도 함께 모아 나가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