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100선을 넘어섰지만 한국증시가 여전히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의 실적 개선세가 해외 업체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주가이익비율(PER)은 현재도 대만, 인도, 아프리카 등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다"고 지적한다. 상장사 가치도 장부가치(book value)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의 1·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외국인의 매수세에 흔들림이 없다면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증시 신흥국보다 22% 저평가
5일 시장조사업체 IBES에 따르면 1년 후 추정 이익을 고려한 한국 증시의 PER은 9.7배로 집계됐다.
과거(2000년 이후) 평균 9.1배 수준이지만 정보기술(IT) 버블 붕괴(17.6배)와 서브프라임(13.4배) 시기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국내 증시의 PER은 영국(14.5배) 일본(14.3배) 독일(13.8배) 등 선진국 시장은 물론 인도(17.7배) 멕시코(16.8배) 대만(13.4배) 중국(12.5배) 브라질(11.1배) 등 주요 이머징(신흥)시장보다도 낮다.
한국 증시는 선진국에 비해 약 39.37%, 신흥시장국 평균에 비해선 20.49% 가량 할인돼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증시가 해외에 비해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이 적은 것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전망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MSCI 기준으로 한국의 향후 1년간 PBR은 1.0배로 러시아(0.6배)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보다 낮다.
반면 올해 이익성장률 전망치는 28%로 선진국 12.3%, 신흥국 18.5%보다 높다.
시장에서 한국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메리츠종금증권 정다이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한국 시장은 괜찮은 투자처다. 경상수지 흑자국으로 원화 강세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한편, 실적 성장 대비해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증시의 기초체력이 탄탄하다는 얘기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전체 상장사(코스피·코스닥)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는 4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33조6000억원보다 23.36%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IT업종의 영업이익은 13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0.73% 불어난 수치다.
다른 한편에선 우려의 시선도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던 기업들 실적 개선세가 1·4분기를 정점으로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기업들 수익성 악화 우려로 2분기 이후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핫머니?
그렇다면 외국인들이 한국증시에 둥지를 틀 것인가.
글로벌 투자분석기관인 EPFR 자료를 보면 글로벌 투자펀드가 보유한 신흥시장 채권액도 지난달 말 기준 3500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국제금융협회(IIF) 조사에서도 지난달 신흥시장으로 유입된 투자금은 300억달러로 2015년 1월 이후 최대였다. 이들은 올해 1분기(1∼3월)에 국내에서 5조원 넘는 주식을 쇼핑했다.
앞으로가 문제다. 지난해 2월 이후 코스피 상승을 주도해왔던 것은 외국인 패시브 성격의 자금이었다. 외국인 순매수가 본격적으로 유입된 구간, 가치주와 대형주의 상대 강도가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올 해 외국인 자금 중 3조8000억원이 액티브 성격이다.
정 연구원은 "원달러환율 변동성 확대는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 기회가 되기도 한다. 특히, 단기 투자 성격이 강한 패시브 자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에 투자할 때 주가 하락 압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 연구원은 "향후 수출 증가세 둔화로 이익 모멘텀이 약해지면 외국인 매수가 더 중요해지는데 이 역시 1분기보다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원화 가치 절상 속도가 너무 빨라 외국인 입장에서 코스피 가격 매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증시 밸류에이션>
(단위: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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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PER PBR R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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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9.7 1.0 9.6
전세계 16.0 2.0 7.8
선진 16.6 2.1 7.7
이머징 12.2 1.5 8.3
미국 17.9 2.8 6.4
영국 14.5 1.8 8.0
독일 13.8 1.7 8.2
일본 14.3 1.3 11.4
브라질 11.1 1.4 7.9
러시아 5.6 0.6 8.8
인도 17.7 2.7 6.5
중국 12.5 1.5 8.3
대만 13.4 1.7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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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메리츠종금증권
각 자료는 12개월 선행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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