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제3지대' 연대 논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5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된 상황에서 김 전 대표가 대선에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함에 따라 앞으로 3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조기 대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정부로 위기를 돌파하고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대선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김 전 대표는 "지금 우리 여건에서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은 대통령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라의 정치역량을 총동원해야 가능한 일이다"며 연대 및 통합정부 구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정당 추천 없이 출마해서 국민의 선택을 받고자 한다. 바로 그 통합조정의 소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면서 "여러 정파와 인물을 아우르는 최고 조정자로서,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드리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안보·대북·경제 위기 등을 차례로 언급하면서 "이런 위기 상황을 수습할 대통령을 뽑는 것인데, 지난 세월이 모두 적폐라면서 과거를 파헤치자는 후보가 스스로 대세라고 주장한다"며 문 후보에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그는 "위기에 처한 국가는 아무나 경영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3D프린터'를 '삼디프린터'라고 읽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잠깐 실수로 잘못 읽었다고 하기엔 너무도 심각한 결함이다. 국정 책임자에게 무능은 죄악"이라고 재차 문 후보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대선은 힘을 합쳐보겠다는 유능(有能)과 혼자 하겠다는 무능(無能)의 대결"이라면서 "그 소임을 위해 마지막 주자로 나선 저에게 힘을 주시면 대통령은 권력자가 아닌 조정자가 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역량을 모두 모으는 정치는 현실이 될 것"이라며 자신이 구상하는 통합정부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러한 김 전 대표의 발언은 그동안 제기되던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연대'에 한층 더 힘을 모으겠다는 의지이며, 동시에 '통합정부 구상'으로 대선 정국 주도권을 갖고 후보 단일화를 통해 선거판을 뒤집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우선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대선 후보 수락연설·기자회견 등을 통해 단독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연대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국민들로부터 지적된 '구태(舊態) 정치'의 한 모습인 이합집산(離合集散)의 연장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아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 정당들의 경선이 이제 막 끝난 상황이고, 30여일간의 짧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정치적 '승부수' 혹은 '무리수'를 던질 유인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선 후보로 언급되고 있지만 아직 출사표를 던지지 않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 등과 1차로 단일 후보를 정한 후 약세 분위기가 짙은 보수 정당 대선 후보들과의 연대 및 단일화로 확장해 나갈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