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9시경 서울중앙지법에서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 방청권을 얻고자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오세성 기자
7일 서울중앙지법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하얀 와이셔츠와 회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 전날 이발을 한 듯 멀쑥한 모습이었고 재판 내내 정면을 응시하며 특검과 변호인단의 발표를 경청했다. 다른 변호인과 피고인들이 수시로 서류를 확인하거나 물을 마시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 것에 비해 이 부회장이 움직인 것은 입술에 립밤을 바르거나 앞머리를 쓸어 올리는 정도뿐이었다. 정장 브레스트 포켓에 립밤을 담아온 그는 이날 오전 공판에서 11시 1분, 11시 35분, 12시 8분, 12시 21분 등 수시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공판은 10시 경 피고인 신원 확인으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김진동 부장판사가 직업을 묻자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라고 답했고 함께 기소된 장충기 전 삼성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부회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은 "무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당시 사임했다.
특검 측은 프레젠테이션을 활용해 공소사실 요지를 발표했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직접 나서 특검의 출범 사유와 수사 목적 등을 말해나갔다. 박영수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사익추구와 정경유착에 수사 초점을 맞췄다"며 "삼성은 최순실과 정유라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300억원대 뇌물을 줬고 피해자가 아닌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박영수 특검에 이어 박주성 파견검사는 "이번 사건은 승마지원, 영재센터와 미르·K스포츠 재단 등으로 총 433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한 뇌물사건"이라며 "피고인들이 공모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으로부터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인수한 것 등은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이며 일련의 행위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것이 특검의 공소 요지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이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오세성 기자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부실한 공소장을 지적하고 나섰다. 특검이 공소장에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해 나눈 이야기를 직접 인용했는데 둘이 나눈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없고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승마 지원을 해달라"고 말한 부분을 임의로 정유라를 지원하라는 뜻으로 비약하고 이 부회장의 생각을 추측하는 등 논리 구성이 엄밀하지 못함을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탁했다고 주장하지만 대통령 개입은 없었으며 필요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고 밝힌 뒤 "시기도 맞지 않거니와 나스닥에 상장하려던 것을 한국거래소의 설득 때문에 결정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변호인단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을 말할 때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한 내용을 변호인단이 언급하자 당시를 회상하듯 눈을 감고 경청했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공판은 특검과 변호인단이 각각 1시간가량 입장을 밝히고 12시 23분께 휴정한 후 오후 2시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