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생명의 모기업인 시그나그룹 데이비드 코다니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시그나타워 본사에서 국내 진출 30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갖고 한국시장에서 성공요인으로 현지화를 꼽으며 "앞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라이나생명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들이 최근 사업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모(母)기업의 자본력을 활용해 보험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가 하면 기술·역량·신상품 등 각종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영역에도 발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외국계 생명보험사 중 처음으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라이나생명은 최근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시사했다. 국내 헬스케어 사업 관련 규제나 의료 서비스 등을 고려할 때 당장은 힘들지만 향후 이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일 라이나생명의 모기업인 시그나그룹 데이비드 코다니 회장은 서울 종로구 시그나타워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그나그룹은 미국에서 보험사에 국한되지 않고 헬스케어 서비스 회사로 발돋움했다"며 "미국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국가에서 헬스케어 서비스를 실시한다면 전 세계 고객들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그나그룹은 미국 등 전 세계 30여 국가에서 보험과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만 397억 달러, 우리돈 44조4799억원에 달한다.
코다니 회장은 이날 국내 투자확대와 관련해서도 "라이나생명에 대한 투자는 자금뿐 아니라 기술, 역량, 신상품 등 다른 방식으로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올해 국내 진출 30주년을 맞은 AIA생명의 모기업인 AIA그룹은 지난달 22일 금융감독당국에 AIA생명 한국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AIA생명은 독립된 하나의 회사가 아닌 홍콩 본사의 한국지점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법인 전환을 통해 본사 규제로부터 벗어나 국내 여건에 맞는 영업과 상품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론 국내에서의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목적으로 평가된다. 실제 이보다 앞서 AIG손해보험(2012년), 라이나생명(2004년) 등 보험사가 법인으로 전환하여 국내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감독기관으로부터 법인전환을 위해 예비허가와 본허가 등 승인을 거치려면 1년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AIA생명 관계자는 "법인화를 통해 한국시장에서 장기적인 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안정적이고 확고한 고객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들에 더 큰 안정감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에 국내 진출을 위해 사업 예비인가를 신청한 외국계 보험사도 있다.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그 주인공. 업계에선 알리안츠그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국내에서 그룹이 손해보험사업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알리안츠그룹은 지난 2002년 알리안츠화재해상을 설립했는데 당시 1년 만에 생명보험과 자산운용업 강화를 이유로 사업을 접은 바 있다. 만일 알리안츠손해보험이 국내 영업을 개시할 경우 무려 14년 만의 국내시장 귀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독일 알리안츠그룹 측이 지난해 11월 알리안츠손보 설립 관련 예비인가를 신청했고 (금융위가)12월 이를 내줬다"며 "다만 아직 본인가는 신청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보험업계는 오는 2021년 새 보험국제회계기준 IFRS17 시행 및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하여 후순위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확충에 발등의 불이 떨어져 시장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보험사 운용자산 수익도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 대비 떨어지는 등 국내 보험업의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국계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는 국내 보험사에 비해 모기업에 대한 경험치가 있다"며 "IFRS17에 대해서도 대비가 잘 되어 있고 자산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의 변동성도 크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