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가 초기 흥행에 성공하면서 저축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한 은행장이 "겁이 덜컥 났다"고 말한 것 처럼 시중은행들도 인터넷은행의 예상밖 돌풍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중금리 대출 등 주력 상품의 경쟁상대는 아무래도 저축은행으로 분석된다.
9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하는 데 걸린 시간은 80시간에 불과하다. 인터넷 사이트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 비대면 채널 만을 통해 1분당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케이뱅크에 계좌를 만들었다.
특히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경제력이 있는 30~40대가 주로 몰렸다는 점에서서 파급효과는 더 클 수 있다.
연 이자 2.0%를 주는 케이뱅크의 정기예금 특판상품은 3일 만에 완판되고 2회차 분이 바로 출시됐다. 신용대출도 400억원이 넘게 이뤄졌다.
인기몰이는 했지만 앞으로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고 해도 시중은행들과는 규모면에서 비교가 안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가계 대출금은 616조원이다.
긴장해야 할 상대는 저축은행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목표하는 고객군이 같은 반면 대출금리는 인터넷은행이 더 낮다"며 "향후 중금리대출 시장이 인터넷은행의 편리한 서비스 제공으로 인해 의미있게 성장하고 대출 경쟁이 심화된다면 제2금융권의 수익성에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도 지난주 취임 100일 간담회를 통해 "흐름과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우리보다 인구가 더 많은 일본의 인터넷은행인 지분뱅크 고객 수도 200만~300만명 밖에 안 된다"며 "저축은행과 거래하는 중신용등급 고객은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이자를 내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는 인터넷은행의 대출금리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산 기준으로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케이뱅크 출범일에 맞춰 최저 금리를 기존보다 1%포인트 낮춘 금리 5.9%의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 'SBI 중금리 바빌론'을 출시하기도 했다.
예상밖 흥행에도 인터넷은행들의 흑자전환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향후 경영목표를 밝히면서 3~4년 내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봤지만 전문가들은 최소 5년은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
백 연구원은 "케이뱅크의 연간 IT 비용 예상규모 800억원에 인건비 200억원 등 고정비용이 연간 1000억원 안팎으로 발생해 대손비용을 차감한 순이자이익으로 충당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운용자산이 3조4000억원 수준이 되어야 하고, 올해 대출 목표가 4000억원임을 감안하면 흑자전환을 위해 5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