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최고의 승부사는 집을 팔아 삼성전자 주식을 산 투자자다.'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강력한 믿음이다. 한때 애플이 그랬다. 그런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올 2·4분기 영업이익이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는 장기 주가 전망을 300만원까지 제시한다.
애플에 가려 늘 2인자였던 삼성전자가 주가에서도 세계 최고의 자리를 꿈꾸는 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져놓은 탄탄한 리더십, 강력한 주주환원책, 인공지능(AI)과 바이오사업 등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리더십-실적-주주환원책'3박자 어우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마(魔)의 200만원' 벽을 뚫고 300만원대 고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10일 삼성전자는 전날 보다 1만7000원 상승한 209만7000원(시가총액 295조46억원)에 마감했다. 애플과의 시총격차도 줄었다.현재 30%대 중 후반 수준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줄곧 앞서가던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애플에 맹추격을 당해 2007년 5월 처음 역전당했었다.
이쯤 되면 최고의 승부사 자리도 머지않아 갈릴 전망이다. "삼성전자, 후손에 물려줘도 아깝지 않은 주식이다"는 말이 머지않아 나오지 않을까.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뒤에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과 지주회사 전환 기대감, 배당금 증액, 분기 배당 시행 등을 골자로 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지주사 전환 문제는 잠정 보류 상태다.
지난달 24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선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지주사 전환을 보다 신중하게 처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기대감을 갖고 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 이슈가 아니더라도 실적과 주주환원 확대만으로도 투자가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016년과 올해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해 배당을확대하고 분기 배당도 실시할 계획이다.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줘 지난해 총 배당 규모를 4조원 규모로 확대한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갤럭시노트8과 반도체 부문에서 실적 성장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13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전망하는 증권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김선우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LCD, OLED 등 부품사업과 스마트폰 등 사업이 모두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2분기에는 사상최대치인 13조원에 도달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33만원에서 272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연간 성적도 '200(매출액)-40(영업이익) 클럽' 가입도 확실시 된다. IBK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서버용 3D 낸드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서 독보적 성과를 이뤄내 경쟁사 추격 시도에도 칼자루는 삼성이 쥔 격"이라먀 "연간 매출액은 230조원, 영업이익은 49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문별 영업이익 전망치는 반도체 26조9000억원, 디스플레이(DP) 6조6000억원, IT모바일(IM) 13조1000억원, 소비자가전(CE) 2조원 등이다.
시장은 이 부회장이 다져 놓은 '리더십'기반에도 주목한다, 그는 '1등 주의'를 외쳐 온 이건희 회장과 달리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3년간 삼성전자의 주요 인수합병 사례 자료한화투자증권
◆삼성전자 300만원 고지 머지않아
애플의 시총을 누를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는 게 시장 평가다. "'애플 효과'는 있는데 '삼성효과'는 왜 없냐(?)"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바이오 시장의 주도권을 쥐면서 주가도 애플과 차별화를 보일 것이란 것. 대신증권은 삼성전자의 잔여이익모델(RIM)에 의한 장기적 관점의 목표주가를 300만원으로 제시한다. 이 증권사 김경민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설투자 속도를 탄력적으로 조절한다면 연간 영업이익 50조원 수준 달성이 가능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285만원을 제시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280만원, 메리츠종금증권 272만원, KB증권과 KTB투자증권 270만원, NH투자증권 260만원, IBK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하이투자 250만원 등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삼성전자의 미래를 밝게 본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고, 중국은 '한한령'(한류제한령)으로 견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애플의 견제와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무섭게 추격한다.
예상치 못한 파도와 암초(이 부회장 구속)는 이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호를 집어삼킬 태세다.
삼성 스스르도 자만하지 않는다. 얼마전 삼성그룹 사장단은 사내망 메인 페이지에 '삼성그룹 사장단' 명의로 올린 글에서 "회사 안팎의 불확실한 상황으로 인해 불안하고 혼란스럽기도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해온 저력이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매직램프'라는 소설 속 얘기가 아니다. 현실이다. '주주 행동주의'라는 명분아래 '탐욕의 약탈자'로 불리는 벌처펀드가 활개 칠 무대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권력비리를 기업과 역으려는 기류가 계속된다면 장기적인 경영(투자)판단은 물론, '기업가 정신'조차 옥죄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기업의 발목을 잡을 때가 아니라 기를 살려줘야 할 때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