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리스 카메라 니콘1 J5로 촬영한 사진. 벚나무에 열린 벚꽃 한 송이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벚꽃을 아웃포커싱 처리해 주목도를 높였다. /니콘이미징코리아
봄이 왔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도심 곳곳에는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 등 여러 봄꽃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시기 많은 이들이 연례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배경화면을 벚꽃으로 수놓는 일이다. 과거엔 야외로 직접 나가 두 눈에 벚꽃을 담으며 즐겼지만 점차 낭만적인 꽃놀이를 즐기기엔 명소마다 몰리는 인파가 너무 많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까닭이다. 업무와 학업 등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 공간에서 보내는 직장인, 학생에게는 스마트폰과 PC 같은 IT 기기에 벚꽃 배경화면을 설치하는 편이 야외에서 직접 즐기는 것 보다 더 오랜 시간 감상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담겼다.
이러한 고민을 품은 이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벚꽃 사진을 검색하고 사용하기도 하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간혹 같은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도 마주친다면 같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벚꽃놀이 명소가 아니라도 자신의 주변 생활권에서 예쁜 사진을 직접 찍어 배경화면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사진을 볼 때마다 직접 꽃을 마주한 순간을 되새길 수 있기에 인터넷 검색으로 구한 사진보다 더욱 따스한 봄의 기운을 느끼게 만들어 줄 것이다.
◆AUTO 금지! 카메라를 믿지마!
벚꽃 사진을 찍으려면 촬영 감도와 초점 등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 스마트폰의 화질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줌 기능을 사용하면 급격히 저하된다. 초점을 고정할 수 없고 셔터 스피드도 조정하지 못하는 것도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촬영하기에 부적절한 요소다.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 역시 자동모드로 찍으면 제대로 된 벚꽃을 표현하지 못한다. 특히나 화사하게 만개한 벚꽃을 찍으면 칙칙하게 나오기 마련인데, 온통 하얀 꽃으로 가득 찬 장소에서는 카메라가 '이 장소가 지나치게 밝다'는 판단을 내려 일부러 어둡게 찍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벚꽃은 '스팟 측광'으로 찍는 것이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카메라는 전체적인 프레임에 들어오는 빛을 따지는 '평가 측광'으로 을 통해 사진의 밝기를 계산한다. 이 때문에 주변 배경이 밝으면 셔터스피드를 더 빠르게 하는 등 사진을 어둡게 만든다. 이에 비해 스팟 측광은 프레임의 일부 영역에 들어오는 빛의 양만을 계산해 사진의 밝기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니콘1 J5로 촬영한 사진. 어두운 나뭇가지와 수로가 화사한 벚꽃과 대비를 이룬다. /니콘이미징코리아
스팟 측광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직접 노출을 설정하면 된다. 카메라의 P모드나 A모드에서 노출량을 직접 설정할 수 있는데 +/- 버튼을 이용해 +1 정도 노출을 더하면 화사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선명하게 포착하고 싶다면 셔터스피드를 조정하면 된다. 맑은날 기본 셔터스피드는 1/125초인데 이 상태로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잎을 찍으면 약간의 궤적이 남아 벚꽃이 흐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셔터스피드를 1/250~1/1000 정도로 높이면 흩날리는 벚꽃을 생생하게 담을 수 있다.
◆벚꽃의 감성을 한껏 살려보자
벚꽃만 잔뜩 나온 사진은 밋밋해지기 쉽다.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많아 뿌연 하늘이 지속된다면 벚꽃 특유의 색상을 잘 살려주기 어렵다. 벚꽃과 대비되는 색상을 최대한 이용해보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나 인공적인 건물, 검은 느낌의 나뭇가지 등을 배경으로 삼는다면 밝은 벚꽃 색이 보다 도드라질 수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해가 진 밤의 벚꽃도 좋은 사진을 만들어 준다.
벚꽃 한 송이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무에 열린 벚꽃을 배경으로 삼고 그 가운데 있는 한 송이에 초점을 맞춘 뒤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해 주변 벚꽃을 아웃포커싱으로 뿌옇게 처리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초점이 맞은 벚꽃의 꽃잎, 꽃받침, 암술, 수술 등이 부각되며 하얗게 처리된 배경 벚꽃과 대비를 이뤄준다. 만약 비가 내린다면 벚꽃에 맺힌 빗방울에 초점을 맞추거나 고인 빗물에 떨어진 꽃잎을 찍어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시민들이 지난해 야간 개장한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벚꽃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마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