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달의 조각' 하현 작가 "불완전한 미완의 것들의 사랑스러움을 아시나요?"
느리고 서툰 청춘에게 깊은 공감 이끌어내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는 항상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가 실린다. 여기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다.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의 내면을 살포시 보여주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독자들은 머리글 만으로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한다. 독자들에 위로와 희망과 담론을 선물하는 작가를 만나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현대사회는 수많은 청춘에게 상처를 안긴다. 그래서인지 불완전한 것들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기록한 책 '달의 조각'은 조금은 느리고 서툰 청춘에게 깊은 공감을 안겨준다.
최근 미디어카페 후에서 '달의 조각'의 저자 하현(본명 하정아·25) 작가를 만났다. 수줍은 미소와 함께 인터뷰가 처음이라던 그녀는 책 속 따뜻한 글들과 닮음꼴 이었다.
'작가님'이라고 부르자, 얼굴을 붉히며 "아직도 자신이 작가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뗀 하현 작가. 그녀를 쏙 빼닮은 책 '달의 조각'이 출간되기까지 계기와 과정, 그리고 우리가 걸어야 가야 할 길에 대해 물어봤다.
"어릴 때부터 영화보는 것을 좋아했죠. 장래 희망은 영화 미술팀에서 일하는 거였구요. 전공도 영화 연출을 선택했거든요. 그런데 시나리오 수업을 들으면서 글 쓰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성적도 좋았어요. 전체 학점을 4.0 만점으로 졸업했거든요.(웃음)"
내성적인 성격 탓에 주변 친구들에게조차 속마음을 쉽게 이야기하지 않았던 하 작가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써왔다. 그렇게 끄적거리던 습관이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녀의 첫 책 '달의 조각'이 처음부터 큰 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니었다.
"일기 쓰는 습관이 몸에 베다보니까 글들이 차곡차곡 쌓였어요. 독립출판사를 통해 자비로 책을 냈죠. 그런데 생각외로 반응이 좋더라고요. 광화문에 '소소시장'이라고 독립출판물들만 모아놓고 판매하는 프리마켓에서 '빌리버튼' 출판 편집자님을 만났어요. 명함을 주시더라고요. 함께 책을 내면 어떻겠나고요. 그렇게 연이 닿아서 '달의 조각'이 출간된 거예요." 지금 달의 조각은 교보문고 추천도서 코너에 자리하고 있다.
처음 자신의 책이 출간됐을 때의 느낌을 묻자 그녀는 "굉장히 떨릴 줄 알았는데 실감이 안났죠. 아마 저 자신 스스로 '작가'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쑥스럽고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달의 조각'은 불완전해서 소중한 것들을 그만의 색깔로 기록한 책이다. 어른이 되어버린 기성세대에게는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고 현재 청춘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위안으로 다가온다. 그 누구도 청춘이 아니었던 적이 없기에 '닭의 조각' 속 모든 글들에 깊게 공감하게 된다.
하 작가는 완벽한 것보다는 불완전하고 미완의 것들에 애착이 간다고 했다.
그가 예명으로 쓰고 있는 '하현'의 탄생도 그랬다. "유명한 여행작가인 하정아님에게 해가 될까봐 본명(하정아)를 포기했죠. 그래서 '하현'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요. 개명할까도 생각중이에요.(웃음) 제가 원래 달을 좋아하거든요. 어릴 때 밤에 버스를 타거나 자동차를 타면 창밖으로 달이 따라오잖아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리고 동그랗고 꽉 찬 보름달보다는 반달이나 상현·하현달을 좋아해요. 마침 제 성이 하씨이고, 하현달이저물어가는 달이잖아요. 그래서 한번에 '하현'이라고 지었죠."
하 작가가 불완전한 것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본인 역시 완전한 상태가 아닌, 항상 어딘가 비어있는 것 같은 미완의 존재이기 때문에 비슷한 처지의 것들에 애정이 간다고 설명했다. "학창시절에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도 조금 느리고 뒤쳐지는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죠. 스스로도 빠르고 잘난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지 비슷한 사람한테 호감이 갑니다."
"책이 출판됐지만, 아직도 저는 불완전한 존재일 뿐이에요. 어디가서 저 스스로 '작가입니다'라고 소개한 적도 없어요. 평생 글을 쓰면서 작가로 살거라는 확신도 없고요. 다음에 나올 책 작업을 하고 있는데 두번째 책이 나오면 그때는 작가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지금은 저도 다른 청춘들과 마찬가지로 제 길을 찾아가고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그녀는 최근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단지 마음 속 이야기를 습관처럼 써내려가던 것과 다르게 이제는 부담감도 생겼다고 토로했다. "당시에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을 글로 풀어냈을 뿐이다.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이제는 독자들이 나에게 원하는 글의 색깔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조금은 다르더라도 내가 쓰고 싶은 색깔의 글을 쓰는게 맞는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고 고충을 이야기했다.
"똑같은 영화, 똑같은 소설, 똑같은 시를 읽어도 열이면 열, 전부 다 생각하는 게 다른 작품들이 있어요. 한 작품을 봤는데 열명이 보면 열개의 이야기가 나오는 거요. 황인찬 시인의 시가 그렇거든요. 저도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아직은 그런 훌륭한 글을 쓸 실력은 안되지만, 언젠가는 그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 작가가 꿈꾸는 앞으로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녀는 일단 스스로에게도 당당한 '작가'가 되고 싶다면서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작은 바람을 전했다.
"불완전하고 조금 더 뒤에 있는, 그런 것들을 자꾸자꾸 끄집어 내고 싶어요. 아름다운 걸 아름답다고 찬양하는 글보다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아름답다고 소개하고 싶어요. 그리고 조금 더 먼 미래가 되겠지만, 저만의 공간이자 독립서점을 갖고 싶어요. 그 공간 안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평소에는 책을 판매하다가 수요일 저녁에는 심야식당으로 돌변해서 함께 음식을 나누기도 하고,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서 함께 작업도 하는 그런 공간을 꾸리는 게 최종 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