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단국대학교 사범대 부설고교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삼성직무적성시험(GSAT)을 치렀다. 이날 시험은 삼성그룹 차원의 마지막 공채의 일환이었다. /삼성전자
16일 서울 단국대학교 사범대 부설고교에서 삼성그룹 공채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시험이 열렸다. 이날 시험은 오전 9시 20분을 기점으로 국내 5대 광역시와 미주 지역 등 국내외 5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이번 시험은 삼성그룹의 마지막 공채다. 그룹 차원의 공채를 주관해온 삼성 미래전략실이 해체돼 하반기부터는 계열사별 모집으로 바뀌기 때문. 이로 인해 공채 기수로 묶여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함께 교육 받으며 동기 의식을 키우는 문화도 삼성에서 사라지게 됐다.
미전실은 각 계열사 인력수급 상황과 투자계획 등을 취합해 선발인원을 결정하고 청년취업문제를 감안해 약간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해왔다. 하반기 채용부터는 계열사 필요에 따라 채용을 진행하게 된다.
이날 시험장을 찾은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다음부터 채용 인원과 전형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이번에 붙어야 한다는 긴장감이 흘렀다.
친구들과 함께 시험을 준비했다는 채모씨(25)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공채가 없어진다기에 막차 타는 심정으로 준비했다"며 "이번에 합격해 새로운 전형을 준비하거나 더 높은 경쟁률에 허덕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박모씨(28)도 "GSAT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설마 전형이 바뀐다고 사라질까 싶긴 하다"면서도 "전형 변경은 취준생에게 그 자체로 큰 부담"이라고 아쉬워했다.
2015년 하반기 도입된 GSAT는 ▲언어논리(30문항) ▲수리논리(20문항) ▲추리(30문항) ▲시각적사고(30문항) ▲상식(50문항)으로 총 5개 영역 160문항으로 구성된다. 총점은 500점이며 140분 내에 풀어야 한다. 영역별 과락이 있고 오답을 감점처리 하기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삼성 고시'라는 악명까지 얻은 시험이다. GSAT 합격자는 1, 2차 면접을 거쳐 5월 중 최종 선발된다.
이날 시험 난이도는 평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시 40분 시험이 끝나고 5~10분 뒤 나온 응시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었다는 전모씨(29)는 "지난해보다 쉽다고 느껴졌다"며 "올해는 합격할 것 같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응시자들은 시험에 로보어드바이저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등 신기술의 이해도를 묻거나 반도체 등 주력사업에 관한 문제가 출제됐다고 입을 모았다.
상반기 채용 규모는 4000명 수준으로 알려졌고 하반기 채용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계열사별로 채용을 진행하되, GSAT를 유지해 공통된 부분은 함께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GSAT를 전면 폐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다른 시험을 봐야 하는데 계열사별로 서로 다른 시험을 출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때문에 각자 규모를 정한 뒤 주요 계열사 주도로 채용 일정을 조율하고 서류심사와 면접 등은 각 계열사에서, GSAT는 공동으로 치른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논의가 되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