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양현모 식품부문 바이어가 본점 구운몽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롯데베스트맨. 제 메일 주소예요. 고객만족을 위해서 제가 롯데의 대표라고 생각하고 일을 해요. 제가 백화점에 입점시키는 브랜드 자체가 다 저희 고객이기도 하니까요"
올해로 36살.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쏟아내며 본인을 '맛집 카사노바'라고 지칭한 롯데백화점의 식품부문 양현모 바이어가 말했다.
지난 13일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식품관 리뉴얼 오픈을 하루 앞두고 그를 만났다. 백화점 식품관이 고객 집객을 위한 핵심 콘텐츠로 떠오르면서 차별화된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최근 리뉴얼을 단행한 롯데백화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양현모 바이너는 식품 바이어를 맡기 전 롯데백화점 부산 동래점에서 여성패션분야 영업을 담당했었다. 롯데가 사업 전체를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순환보직'을 하고 있어 그도 패션영업에서 식품바이어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된 것이다. 영업맨으로 다져진 노하우는 바이어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가 입점시킨 브랜드 중 최근 이슈가 된 업체는 '만다복'이다. 앞서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평점에 푸드코트 매장을 운영하며 롯데와 처음 인연을 맺은 만다복은 약 2년전 백화점에서의 사업을 접었다. 기존 운영방식과 백화점 관리시스템이 상이해 서로간의 이해상충되는 부분이 여러번 있었기 때문이다.
양 바이어는 만다복 대표에게 잠실점 입점을 설득하기 위해 10번 이상 인천차이나타운을 찾았다. 하지만 대표는 업무상 중국 출장이 잦았다. 그는 본인처럼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대표의 동생을 자주 만나 백화점 입점을 위한 설득을 지속했다.
"만다복이랑 같이 일하고 싶어서 새벽기도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약 한달 동안 새벽기도를 다녀오면서 매일 사진이랑 문자를 보냈거든요. 많이 힘드시겠지만 만회할 기회를 달라고 부탁드렸죠." 그는 인천차이나타운을 찾아가 만다복 대표에게 감기약을 전달하는 등 지극정성을 보이고 결국 미팅을 하게 됐다.
삼고초려 끝에 만다복 백년짜장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 월 평균 2억원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점 입점에 이어 부산점 오픈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항상 진정성을 보이고 차별화된 기획으로 협력업체와 대화를 나눈다"고 전했다.
그가 유치한 브랜드 중에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그는 기획부터 신경써서 만든 만두베이커리 컨셉 브랜드 '구운몽'을 꼽았다.
구운몽은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 출신 란기고 셰프가 선보인 만두를 베이커리 형태로 변신시킨 브랜드다. 마치 빵집에 들러서 단팥빵 하나, 고로케 하나를 쟁반에 담듯이 왕만두와 군만두 등 약 50가지의 만두를 단일 상품으로 구매할 수 있는 형식을 보이고 있다.
"구운몽의 가장 모티브가 된 브랜드가 삼진어묵이었어요. 마치 빵을 구매하듯이 어묵을 쟁반에 담아서 구매하잖아요. 만두도 그렇게 '베이커리' 형식으로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만두베이커리를 만들어 냈죠." 그렇게 시작된 구운몽은 팝업스토어로 진행돼 기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본점에 이어 오는 5월 1일 부산 본점에 오픈할 예정이다.
그가 생각하는 롯데백화점 식품관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는 지방 곳곳에 점포가 많은 강점을 활용해 지역맛집과의 연계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국내 대표 베이커리로 꼽히는 대전 명물 성심당과 군산 맛집 이성당 등은 롯데백화점이 최초로 입점시켰다.
"최초 아니면 뭐 어때요. 고객이 찾는 브랜드라면 입점시켜야죠. 롯데백화점이 '최초' 타이틀로 입점시킨 브랜드도 많아요. 최초가 중요한건 아니고 고객만족이 최우선이죠.고객만족이 곧 제 만족이예요. 뭐든 할겁니다."
빠르면 오는 18일부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디저트 '르브레드랩'과 '카페진정성'등을 롯데백화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앞서 두 브랜드는 백화점으로서는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다. 최초입점은 아니더라도 고객들이 찾는다면 판매채널을 넓혀주는 것 또한 본인의 책임이라며 그는 현재 기획하고 있는 팝업스토어 계획을 열심히 설명했다.
카페진정성은 본점에서 대만버터소보루빵과 홍미당, 지올리띠 등과 함께 콤팩트 매장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이슈 아이템만 모아서 팝업을 진행한 뒤 본격적인 입점도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르브래드랩도 본점과 잠실점에서 팝업스토어 형태로 판매한다.
바이어로서 그의 꿈은 무엇일까. 그는 영세한 협력업체가 백화점의 홍보효과를 통해 로드숍 매장을 더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되고 튼튼한 기업을 이뤘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협력사가 잘 되는 고유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와 함께 협력한 브랜드가 모두 대박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백화점업계 1위, 점포수 1위의 롯데백화점이 '믿고 먹는 맛집'만을 선보이며 고독한 미식가들의 입안를 만족시켜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