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사실상 자율적 구조조정의 길로 들어섰다.
막판까지 대립각을 세웠던 국민연금이 결국 채무 재조정안을 받아들이면서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줄줄이 찬성 입장을 표했다. 아직 2번의 사채권자 집회와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의 동의가 남아 있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은 무난히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17일 서울 다동에 있는 대우조선 서울사무소에서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열린 사채권자 집회는 각각 99.9%, 98.9%의 찬성률로 채무조정안을 통과시켰다.
가장 큰 장애물이던 국민연금이 채무 조정안에 동의하면서 대부분의 기관들도 연이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전날 밤늦게 투자위원회를 열고 정부와 산업은행이 제시한 대우조선의 자율적 채무조정 방안을 전격 수용키로 했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채무조정 수용이 기금의 수익 제고에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찬성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을 움직인 것은 산은이 마지막 협상카드로 보낸 '회사채 및 CP 상환을 위한 이행 확약서'다. 대우조선의 별도 계좌에 신규 지원자금 중 1000억원을 바로 입금하고 회사채·CP 투자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우조선이 망하더라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채권자들은 1000억원 가운데 투자금 비율 만큼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당초 국민연금이 요구한 '회사가 망해도 상환할 수 있도록 강제력 있는 방안'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지급보증이 산은법과 수은법에 어긋나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산은과 수은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라는 점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우정사업본부도 이날 투자심의위원회 결과 채무재조정이 현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이라고 보고 찬성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제 남은 건 기업어음(CP) 투자자 설득이다. 사채권자 집회는 각 회차마다 참석 채권액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됐지만 CP는 투자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우정사업본부가 3분1을 갖고 있고, 개인투자자도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사채권자 집회가 모두 가결되면 CP 투자자들도 동의할 것으로 낙관했다.
시중은행, 회사채투자자, CP투자자가 모두 동의하면 법원의 인가를 받아 대우조선 정상화 계획이 본격 가동된다.
현재 대우조선 노조와 시중은행과는 합의를 마친 상태다.
대우조선 노조와는 지난 6일 기존 무분규·무쟁의 원칙 하에 전 직원의 임금 10% 추가반납과 단체교섭 잠정중단 등 고통분담에 대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시중은행과도 역시 지난 12일 80% 출자전환, 20% 만기연장 등 채무조정과 함께 신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지원에 대해 합의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