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기관 IMS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UPS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1억 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2020년 143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SDI
지난 2011년 9월 한국전력거래소는 전기 사용량 급증으로 예비 전력이 감소하자 일부 지역에 30분씩 전기 공급을 차단했다. 이날 전력 차단으로 전국 735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고 9094건의 피해 보상 신고가 접수됐다.
정전이 발생하면 작업 중이던 컴퓨터의 데이터가 사라지거나 공장 설비가 멈추고 병원 수술실의 장비들이 멈추는 등 금전과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정전은 비단 블랙아웃이 아니라도 변압기 이상, 화재, 야생동물의 감전사고 등 다양한 이유로 일어나곤 한다.
정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막으려면 정전 시에 비상 전원을 제공해주는 무정전 전원장치(UPS)가 필수적이다. 17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UPS 제조사 사이에서 삼성SDI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UPS는 평소 전기를 저장했다가 비상시 공급해주는 일종의 대형 배터리다. 시장조사기관 IMS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해 세계 UPS 시장 규모는 111억 달러(약 12조6700억원)에 달했지만, 사용된 배터리의 90% 이상이 납축전지였다. 납축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절반 정도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최근 그 자리를 리튬이온 배터리에 내어주고 있는 것이다. 삼성SDI 측은 "UPS 시장은 2020년 143억 달러(약 16조원)로 성장할 전망이기에 리튬이온 배터리 판매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UPS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3대 UPS 제조사인 슈나이더, 버티브, 이튼은 리튬이온 배터리 채용을 공식화한 바 있다. 특히 프랑스의 슈나이더는 지난 2012년부터 삼성SDI와 리튬이온 UPS 개발 협력을 진행했고 2016년에는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는 납축전지에 비해 크게 네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7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는 납축전지에 비해 수명이 15년으로 두 배 이상 길다. 둘째, 에너지 밀도가 두 배 가량 높아 UPS 설치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기존 납축 UPS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에 건물 옥상이나 지하에 설치됐지만 리튬이온 UPS는 크기가 절반에 불과하기에 사무실 한편에 두고 사용할 수 있다.
셋째, 출력이 약 세 배 높다. 같은 용량의 리튬이온 UPS와 납축 UPS가 있다고 가정할 때 납축 UPS가 10분 동안 선풍기 1대를 가동할 수 있다면 리튬이온 UPS는 10분 동안 3대를 가동한다. 마지막으로 리튬이온 UPS에는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가 장착되기에 사람이 직접 점검해야 하는 납축 UPS에 비해 관리가 용이하다. 또한 납축 UPS의 정상 작동 범위는 20℃ 내외이지만 리튬이온 UPS는 0~40℃까지 정상 작동하기에 냉난방비도 절감 가능하다.
한편 삼성SDI는 지난 2012년 신한은행 데이터센터 공급을 시작으로 리튬이온 UPS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전력 안전성이 중요한 반도체 플랜트, 종합병원 등에 UPS용 배터리를 공급하며 성공적인 운영 실적을 지속 축적하고 있다. 그 결과 삼성SDI의 리튬이온 UPS 누적 수주량은 약 100㎿h에 이르며 그 중 절반 가까이가 지난해에 수주됐다. 삼성SDI는 세계 리튬이온 UPS시장에서 자사의 점유율이 30%를 넘는 것으로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