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중에 황사와 미세먼지가 난무하는 가운데 고가의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티켓몬스터
따뜻한 봄날씨에도 불구하고 기관지와 폐를 위험하게 만드는 황사와 미세먼지 농도가 연일 '매우나쁨'을 기록,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등 관련 상품 매출도 '안 반가운 특수'를 맞이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갈수록 짙어져가면서 소비자들이 불황 속에서도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양상도 보인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기에 황사와 초미세먼지가 가득해지면서 고가의 마스크, 공기청정기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위한 '필수소비'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씨유)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마스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4%나 급증했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까지 올라온 지난 6일~7일에의 경우 마스크 매출은 전년보다 446%나 뛰었다. 특히 이 기간에는 마스크 외에도 미세먼지 탓에 위생용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잇따라 편의점을 방문, 티슈(23%), 손 세정제(21%), 구강 용품(15%) 등 다른 위생용품 매출도 일제히 늘었다.
최유정 BGF리테일 생활용품팀 MD(상품기획자)는 "황사나 미세먼지는 매년 2~4월에 집중되는 추세였지만 최근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관련 상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티몬에서도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특히 저가형 제품보다 KF80 등 인증을 받은 보건마스크 등의 고가형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황사와 미세먼지 공습이 본격화된 지난 3월을 기준으로 티몬에서 마스크 판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두 배 가량 성장했다. 이 가운데 KF80, KF94 등 보건용 마스크의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다 작은 입자를 걸러낼 수 있는 고기능의 KF94 제품 성장률은 271%에 달했다. 이보다 낮은 KF80 제품의 성장률은 138%였다. 반면 일반 마스크 매출은 20%가량 감소했다.
가격차이가 많게는 5배까지 나는데도 더 비싼 마스크의 판매가 급증한 것은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훨씬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F80, KF94와 같이 표기된 제품은 식약처가 허가한 보건용 제품으로 KF 뒤의 숫자는 얼마나 작은 입자를 많이 걸러낼 수 있는지를 뜻한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으며, KF94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 이상 걸러낼 수 있다.
마스크 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도 고가의 제품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티몬의 공기청정기 가격대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20만원이하 제품 비중이 21%, 40만원이하 29%, 40만원이상 50%의 비중을 보이며 고가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는 건강과 직결된 실내 공기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꺼이 고비용 지출을 감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티몬측은 설명했다.
하성원 티켓몬스터 최고운영책임자는 "아무리 불황에 소비위축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데 있어서는 가격보다 기능을 중시하는 소비 트랜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는 고가의 공기청정기 구입을 위해 한달 이상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1~3월 프리미엄 공기청정기의 매출은 전년대비 68% 신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대비 47% 늘었다. 보급형 공기청정기의 매출은 35% 신장한 것과 비교하면 신장세가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3월에 프리미엄 공기청정기의 매출은 전년대비 118% 신장했다.
윤지원 롯데백화점 가전바이어는 "매년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초미세먼지까지 잡아주는 고가의 프리미엄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는 고객이 급증하고 있다"며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면서 당분간 공기청정기의 인기도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공기청정기는 기능성 필터를 통해 지름이 2.5㎛이하인 초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기능이 있다. 고가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롯데백화점 전 매장에서 품절돼 별도의 주문을 통해 평균 한달 이상을 대기해야한다.
실제로 지난 1~3월간 롯데백화점에서 판매된 프리미엄 공기청정기의 경우 아이큐에어(IQ Air)가 전년 대비 50%, 다이슨 63%가 각각 증가했다. 60만원대의 발뮤다 에어엔진, 100만원대의 블루에어 공기청정기, 629만원대의 독일 나노드론 공기청정기도 전년 대비 주문이 30%이상 늘었다.
오픈마켓 G마켓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4월 2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미세먼지 관련 제품의 판매가 전반적으로 신장세를 보였다. 특히 차량용 공기청정기와 손소독제는 50%로 급증, 공기정화식물 49%, 배즙·도라지즙 47%, 황사마스크 34%, 공기청정기는 28%씩 각각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