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은 최순실, 안드레아스, 삼성이 합의해 정유라의 말을 교환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는데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관련 내용은 몰랐습니다. 특검에서 3자 합의로 마필을 교환했다며 당시 정황을 설명해줬고, (그래서) 아니라고 말할 수 없어 그런 것 같다고 인정했습니다."
"특검에 한 진술은 듣거나 본 적 없는 내용입니까?"
"네. 확신할 수 없습니다."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11차 공판에서 특검이 증인 진술을 조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오전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찬형씨는 특검 조서에 나온 본인의 진술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찬형씨는 최순실씨가 독일에 세웠던 회사인 비덱타우누스 호텔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이다.
이날 특검은 정유라씨가 비타나, 살시도 등의 말을 명마인 블라디미르, 스타샤 등으로 교환하는 데 삼성전자가 관여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정유라씨는 삼성이 제공한 비타나, 살시도 등의 말을 이용하다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스타샤로 교환했다. 이 과정에 삼성이 관여했다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삼성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는 추가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씨는 블라디미르 등 정유라의 마필 교환에 관련해 특검에 "최순실과 삼성 황성수 전무, 말 중개상인 안드레아스 등이 지난해 10월 덴마크에서 만나 비타나를 블라디미르로, 살시도(살바토르)를 스타샤로 교환하는 말 거래에 합의했다"는 진술을 한 바 있다. 추가 지원이 없었다는 삼성의 주장을 거짓으로 만드는 진술이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최순실 등이 덴마크로 갔다는 것은 알지만 누구를 만나 어떤 논의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특검에서 한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미다.
김씨는 "말은 내 업무가 아니었고 소유주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정유라가 사용하니 막연히 최순실 소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특검 조사 과정에서 특검에게 최순실과 황성수 등이 만났다는 당시 정황을 들었고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어 '그런 것 같다'고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의 진술조서에는 최순실과 삼성이 마필 교환해 합의했다고 김씨가 직접 진술한 것으로 나온다. 특검이 조서를 임의로 작성해 증거로 삼으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날 특검은 김씨에게 말 교환 내용이 담긴 송장을 보여주며 말 거래가 이뤄졌다고 생각하는지 물었고 김씨는 "적은 금액이 아니기에 별도 계약이 있었을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이 이전에 해당 계약서를 본 적 있는지 묻자 "특검 사무실에서 처음 봤다"고 답했다. 특검이 제시한 해당 송장에는 계약 내용만 적혀있고 서명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삼성 변호인단을 이를 근거로 "비덱스포츠와 안드레아스 사이의 계약서로 보이며 삼성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후 공판에서는 비덱스포츠 법인계좌 관리를 맡았던 장남수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장씨는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최순실씨의 조력자로 지목했던 인물이다. 특검은 장씨에게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황성수 전무가 최순실씨 등을 만난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물었다. 이 자리에서 비덱스포츠의 2016년 4분기 예산보고서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황 전무에게 전달됐고 삼성 측이 추가지원을 약속했다는 정황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삼성의 실제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의 질문이 이어지자 장씨는 "덴마크에서 황성수 전무 등을 만났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눴고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