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12차 공판이 10여 분 만에 종료됐다.
이날 재판은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독일 승마 훈련 특혜를 제공했는지 밝혀줄 '키맨'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증인으로 예정됐었다. 하지만 박씨가 불출석해 준비됐던 신문이 취소되고 재판도 10여분 만에 끝났다.
박원오씨는 한국과 아시아 승마계에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정유라 승마지원 의혹에 깊게 연관되어 있다. 이번 재판에서도 서류증거조사와 증인신문 모든 과정에 걸쳐 박씨의 이름은 반복해서 언급됐다.
승마지원 실무를 맡았던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특검 진술에서 "2015년 7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독일에서 박원오씨를 만났다"며 "박원오씨가 박상진 전 사장에게 최순실씨의 존재를 알려줬고 이 때문에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도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27일 서류증거조사가 진행된 8차 공판에서도 박원오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삼성 변호인단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은 박원오를 제외하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되고 박상진 사장이 대한승마협회장에 취임한 뒤 아시아승마협회 선거에 출마했다. 이 과정에서 유력인사인 박원오씨에게 조력을 얻고자 연락을 취했다"고 증언했다. 박상진 전 사장은 아시아승마협회장에 당선돼 2015년 10월 취임한 바 있다.
증인신문에서도 박씨의 존재감은 컸다. 지난 2일 10회 공판에서는 노승일 전 코어스포츠 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박원오씨가 '정유라가 혼자 지원을 받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고 말하며 삼성과의 계약대로 선수를 추가 선발하려 했다"며 "최씨가 '누구 때문에 일을 얻었는데 어디서 나대냐, 설치고 다니느냐'며 화를 내고 막았다"고 진술했다.
당초 삼성은 코어스포츠와 계약하며 승마 유망주 6명을 선발해 독일 전지훈련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213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계약금액 가운데 약 77억원이 집행됐지만 실제 지원은 정유라씨만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특검은 박씨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도 이날 재판에 박원오씨만 증인으로 채택하며 하루 종일 신문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었다. 박원오씨를 조사해 삼성의 승마지원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판 일정을 속행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박씨에게 소환장이 전달되지 않아 출석 여부가 불투명했다. 증인 소환은 소환장이 송달되어야 법적 효력이 발생하기에 소환장을 받지 못하면 출석할 의무도 없다.
지난 10일 재판부는 공판 중 특검에게 "박 전 전무에게 연락해서 출석할지 의사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고 이에 특검은 "한 번 더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11일 공판은 박원오씨만 증인으로 채택했던 탓에 10여분 만에 종료됐고 방청석에서는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승마지원 의혹에서 박원오씨의 비중이 큰 만큼 법원은 재소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공판에서 재판장은 "박원오 증인 출석했느냐"며 불출석을 확인한 뒤 "예정된 증인을 다 소환한 다음 박원오씨를 다시 소환하도록 하자. 현재 10번째 증인에게까지 소환장이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에 특검은 "우리도 연락두절 상태"라며 "확정된 일정을 소화한 뒤 다시 소환하자"고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