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능력 중심 인사'가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문 대통령은 11일 박근혜 정부 차관 출신인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총무비서관 자리에는 개인적 친분이 없는 행정 관료인 이정도 총무비서관을 앉혔다.
적폐 청산을 내세운 통합 정부 출범으로 청와대가 능력 중심 탕평 인사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홍남기 신임 국무조정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과 정책실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질 높은 정책 개발과 혁신에 앞장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격려금을 받은 일로 유명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때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합류해 경제 정책의 바탕을 마련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을 지내왔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사무처장 시절에는 연금복권 발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참여정부와 박근혜 정부 모두 홍 실장을 기용한 이유는 경제관료로서의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홍 실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에게 "미래부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을 잊지 않겠다"며 "무엇을 하든 열심히, 그리고 바르게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살림을 맡아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총무비서관 자리에 대통령 최측근이 아닌 행정 전문 공무원을 앉힌 점도 파격이다.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실무 인사와 재무·행정 업무, 국유재산과 시설 관리 등과 함께 대통령 가족 관리와 지원을 맡는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이 자리를 꿰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향 친구인 정상문 전 비서관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측근인 이재만 전 비서관을 임명했다.
이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곳간을 전문가에 맡김으로써, 관행처럼 이어진 운영방식을 '능력중심'으로 돌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도 비서관은 비(非)고시 출신으로 학벌 등 배경을 중시하는 공직사회에서 '흙수저 공무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행정고시 합격자 가운데 최상위권만 들어간다는 기획재정부에서 7급 공채로 시작해 국장급 자리에 올라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비서관은 청렴함과 강직함을 갖춘 모범 공직자로도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없음에도 청와대 살림을 맡게 된 이유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인선 배경을 설명하며 "그동안 청와대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는 막강한 총무비서관 자리는 대통령 최측근들이 맡아 온 것이 전례였다"며 "대통령은 이를 예산정책 전문 행정 공무원에게 맡겨 철저히 시스템과 원칙에 따라 운용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