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제37주년 5·18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국정교과서 정상화업무지시에 전자서명을 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박승춘 전 보훈처장 사표를 수리한 지 하루만에 국가보훈처에 '임을 위한 행진곡 ' 제창을 지시했다. 지난 정권과 달리 민주화운동 정신을 기리겠다는 국정 기조를 확인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2일 문 대통령이 제37주년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 제창곡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정해 부르도록 국가보훈처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전날 사표를 수리한 박 전 처장은 재임기간 내내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해왔다. 이 노래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제창됐지만,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부터 합창으로 바뀌었다.
윤 수석은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그 정신이 더 이상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처장에 대한 사표 수리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방침을 두고 야당의 목소리는 냉소와 호평으로 갈렸다.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전날 일괄 사표를 제출한 전 정부 임명 국무위원과 정무직 공무원 가운데 박 처장만 콕 집어 수리한 것은 모양새가 사납다"며 "제창 불허 문제로 인한 현 여권의 뒤끝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87년 민주화 운동 당시 현장에 참석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대한민국 민주화를 염원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면서도 "함께 이 노래를 부르면서 민주화를 넘어서 체제 변혁과 혁명을 꿈꾸었던 일부 세력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세력을 상징하는 사람들이 현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최소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체제 변혁과 북한 동조의 상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초반부터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선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며 "민주화의 상징인 '임을 위한 행진곡'도 권력에 의해 다시는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고 환영했다.
이어 "오늘 매우 정의로운 조치를 했다"며 "이 같은 원칙 하에 국정을 운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같은날 교육부에 2018년부터 적용 예정이던 국·검정 혼용체제를 검정으로 수정 고시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역사 교과서 다양성 보장을 위해 국정화를 폐지한다고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