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찬란하게 47년
스노우폭스북스/홍석천 지음
"좌절하지만 견뎌낸다는 게 뭔지 찾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나로 인해 당신이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무엇이든지" 책 첫머리에 나와있는 저자의 말이다.
'찬란하게 47년'은 2000년 어느 날, 방송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커밍아웃을 선언한 홍석천의 모든 것이 담긴 책이다. 커밍아웃 당시 홍석천과 그의 가족에게는 수많은 질타가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다름'의 차이를 인정받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후 방송에서 홍석천을 볼 수 없게 되자, 많은 사람들은 그가 세상 밖으로 내쫓겼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일어섰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탑게이가 됐으며 살기 위해 뛰어든 요식업 분야에서도 당당히 성공한 CEO가 됐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사랑하는 부모님과 두 아이들(누나의 조카를 입양해 키우고 있음)도 있다.
동성애자를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홍석천은 그 앞에 닥친 모든 것들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이 책은 독자들에게 '좌절하지만 견뎌낸다는 게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가족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에 대해 물음을 남기는 책이다.
책장을 한장씩 넘길 때마다 세상에는 '사랑'의 여러 단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며, 가장의 책임과 성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가에 대해 자문하게 한다.
책은 총 6장의 소주제와 부록으로 구성되어있다. 내용은 커밍아웃을 선언했을 당시 속사정부터 사랑하는 연인과 동생들에게 건네는 조언, 치열했던 연예계 입문사, 이태원 요식업 대표로서의 노하우, 자신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을 누군가에게 건네는 이야기, 사랃믈을 피해 이곳저곳 다녔던 여행기로 나뉜다. 그리고 마지막 부록으로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요리 레시피가 수록됐다.
이 책은 17년 전, 그가 커밍아웃한 그 날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앞으로 그가 살고 싶은 날들에 대한 소망이 담겼다.
궁금한 별종,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 더불어 성 소수자를 엿보는 착시에서 벗어나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내면을 가진 빛나는 사람, 홍석천이 담긴 책이다. 304쪽, 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