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겪은 후 절치부심 끝에 '갤럭시S8'을 내놓은 삼성전자에게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지었다.
14일 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8이 붉은 액정 현상 등 출시 후 불거진 결함 문제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독주를 이어갈 전망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S8이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으며 갤럭시S8과 경쟁할 수 있는 모델 출시가 당분간 없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갤럭시S8 시리즈는 갤럭시S8이 5.8인치, 갤럭시S8 플러스가 6.2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가운데 엑시노스9 프로세서 또는 스냅드래곤 835를 탑재했다. 메모리도 4~6기가바이트(GB)에 달한다. 갤럭시S8 시리즈의 강력한 하드웨어 스펙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높은 벤치 점수도 기록했다. 스마트폰 성능을 측정해 점수로 보여주는 '긱벤치'에서 갤럭시S8 플러스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멀티코어 최고점인 6338점을 달성한 바 있다.
갤럭시S8은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와 스마트폰에서 하던 작업을 태블릿PC 등에서 이어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삼성 플로우'를 제공한다. 스마트폰을 PC처럼 사용하게 하는 '삼성 덱스', 보안성을 강화한 홍채인식과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등 다양한 기능도 갤럭시S8의 무기다.
밝은 부분이 있으면 어두운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갤럭시S8은 현존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능과 혁신적인 디자인을 갖췄지만 일부 기기 화면이 붉게 보이는 '붉은 액정'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일부 미국 사용자들에 의해 유튜브나 트위터 등에서 동영상을 볼 때 음성이 수초 동안 나오지 않는 컷아웃 증상이 최근 발견됐다.
내구성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품질보증 업체 스퀘어트레이드는 갤럭시S8 낙하실험 결과를 공개하며 "갤럭시S8은 낙하시험 한 번에 깨진 첫 번째 스마트폰"이라고 발표했다. IT 전문매체 마더보드는 "전·후면에 고릴라 글래스 5 패널을 적용해 내구성을 높였지만 금속으로 된 측면부에 충격을 가하면 쉽게 깨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컷아웃 증상에 대해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하드웨어 문제가 아니다"라며 SW 업데이트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측면 내구성 문제는 스마트폰 케이스 업체와 협력해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이러한 품질 이슈가 불거졌을 때 경쟁사의 신제품이 출시된다면 갤럭시S8 흥행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품 성능 외에도 제조사 신뢰도, AS품질, 업데이트 지원, 백도어 논란 등을 감안할 때 갤럭시S8을 견제할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는 애플의 차기작인 '아이폰8'과 구글 '픽셀2'가 꼽힌다. 하지만 이들이 갤럭시S8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갤럭시S8 플러스가 멀티코어 6338점을 얻은 긱벤치에 최근 아이폰8 프로토타입으로 추정되는 제품이 등장했다. 2.74기가헤르쯔(㎓)로 작동하는 A11 쿼드코어 CPU를 장착한 이 제품은 멀티코어 벤치에서 8976점을 기록하며 갤럭시S8 플러스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갤럭시S8보다 성능이 뛰어난 셈이지만 신형 지문 인식 센서와 OLED 디스플레이에서 발목을 잡혔다.
KGI시큐리티 밍치궈 연구원은 최근 투자 보고서를 통해 "아이폰8 생산이 기존 8~9월보다 늦은 10~11월 시작될 것"이라며 그 원인으로 "애플이 전면 디스플레이 내부에 탑재될 지문 인식 센서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폰8용 OLED 패널 생산을 위한 증산도 10~11월로 늦어져 11월께 제품이 출시되더라도 한동안 심각한 공급부족을 겪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아이폰8의 하반기 예상 출하량도 1억1000만대에서 8000~9000만대로 하향 조정됐다.
긱벤치에는 구글이 하반기 출시할 스마트폰 픽셀2의 코드명 가운데 하나인 '타이멘'의 벤치 점수도 등록됐다. 구글은 세 가지 종류의 픽셀2를 선보일 예정이다. 긱벤치에 등록된 타이멘은 스냅드래곤 835 프로세서, 4GB 램을 탑재한 것으로 나온다.
픽셀2는 스냅드래곤 835를 탑재하고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기에 오버클럭 등을 통해 갤럭시S8 시리즈보다 높은 성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번에 등록된 벤치 점수는 싱글코어의 경우 갤럭시S8 플러스보다 약 300점 낮은 1804점, 멀티코어는 약 100점 낮은 6248점에 그쳤다.
통상 동일한 프로세서를 탑재하더라도 나중에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프로세서의 동작 클럭을 높여 성능을 올린다. 픽셀2의 성능이 갤럭시S8 플러스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의외라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애플이 신제품 생산에 난항을 겪고 구글의 픽셀2가 기대 이하의 성능을 보여준 것은 삼성에 호재로 작용한다"며 "하반기 갤럭시노트8 출시 전까지 가장 강력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글로벌 시장 독주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