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력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기업 공시는 투자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가 된다. 때문에 기업이 공시를 정확하게, 빠르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주들의 이익제고를 도모하는 선진화된 주식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시 제도 선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정 공시된 대우조선해양 사업보고서./(자료:금융감독원 공시사이트)
지난 12일 대우조선해양은 2008년부터 2016년 분기보고서에 대해 정정공시를 했다. 크게 달라진 점은 2008년 1197억원의 순이익이 832억원 적자전환으로, 2012년 4862억원 영업이익이 720억원 영업손실로 바뀌었다. 정정 전과 후, 5582억원의 차이가 발생했다.
공시는 수정됐지만 불공정 공시로 폭락한 주가는 그대로다. 실제 전년 영업이익이 적자였지만 흑자로 공시한 2013년 한 해 동안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은 23.5% 상승했다. 반면 적자가 시작됐던 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46.6% 하락했다. 부실회계 및 거짓 공시가 윤곽을 드러내자 2014년 3만원을 웃돌던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4000원대로 폭락했다. 대우조선해양과 당시 감사를 담당했던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중징계를 받았지만 거짓 공시를 제공받은 주주들의 손해는 아무도 배상해주지 않았다.
개인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고 그 중 가장 양질의 정보는 '공시'다. 발빠른 공시와 정확한 공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지난해부터 기업 공시제도를 조금씩 손보고 있다. 가장 먼저 한미약품 사태로 공매도에 관한 공시 규정을 대폭 강화한 게 한 예다. 당시 한미약품은 '기술 도입 이전 제휴 등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늦장 공시로 물의를 빚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시는 '자율공시'에 속해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익일 이내에만 공시하면 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한미약품의 늦장 공시는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에서 처벌받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공매도에 대한 공시 강화와 '사유발생 시 적시에 공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했다. 또 불성실공시에 대한 제재 실효성을 더하기 위해 공시위반제재금 상한을 높였다. 이로써 코스피시장의 공시위반제재금은 2억원에서 10억원으로, 코스닥시장은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아졌다.
오는 반기보고서부터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공시'가 시작된다. 이는 비(非)재무적 정보로써 거래소가 선정한 핵심 원칙 10개 항목을 지켰는지를 확인하고, 지키지 않았을 경우 사유를 함께 기재하는 방식이다. 크게 주주권리 보호절차의 적절성,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 및 사외이사 독립성, 감사의 전문성 및 독립성에 대한 평가를 담아내야 한다.
그간 사외이사 선임 시 주요 경력 사항을 기재하는 것에 그쳤다면 해당 제도 도입 후 사외이사 선임 배경을 추가하는 등 더 자세한 공시가 필요하다. 또한 주주총회 시간 및 주주 발언 내용, 안건별 찬반 득표율까지 모두 공시해야 한다.
지난 3월 한국거래소가 제도를 공개했고 최근까지 지역을 돌며 설명회를 끝마쳤다. 오는 9월 말 기업들의 반기보고서에 해당 제도를 적용할지 말지는 기업의 선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참여하는 기업은 9월이 되어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공시를 기업 자율에 맡기는 만큼 이 제도를 채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지만 제도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면서 기업들 스스로가 기업지배구조 공시를 통해 평판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실효성을 높일 계획"고 말했다.
일본은 공시제도 강화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 지배구조 전반에 걸친 개혁을 추진하면서 상호출자 기업 비율 감소, 사외이사 선임비율(2인 이상 채용 85% 이상('16년말)) 증가 등의 효과를 봤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공시가 빠르고 상세하게 이뤄지면 기업 경영이 보다 투명해지고 결국 주주들의 이익제고에 큰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