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나이키·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스포츠 회사는 남의 일일까. 밖에서 보는 '휠라' 윤윤수 회장의 요즘 심기는 꽤 불편할 듯하다. 브랜드 리뉴얼에도 회사 실적은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뉴욕 증권시장에 발을 들인 '아쿠쉬네트'의 상장 효과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주가도 6만 원대다.
올해는 윤 회장이 휠라 본사를 인수한 지 10년째다.
◆ 휠라 본사 인수 10년, 한국의 나이키로 성장할까
'샐러리맨 신화', '비즈니스맨들의 멘토', 'CEO가 닮고 싶어 하는 CEO'….
1991년 휠라코리아를 맡은 뒤 2007년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해 큰 화제가 된 데 이어 세계적 골프용품 회사인 아쿠쉬네트컴퍼니를 인수(12억2500만 달러)해 골프계까지 깜짝 놀라게 한 윤 회장.
그는 열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이끌고, 겸손의 미덕을 갖춘 CEO로 평가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정직과 성실, 신의'를 무기로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28일에는 뉴욕증시에 아쿠쉬네트를 상장시키면서 추가 지분 인수에 나섰고 53.1% 지분으로 지배주주가 됐다. 덕분에 휠라코리아 덩치(2016년 매출 2조5000억원대)로 몸집을 키우게 됐다. 이 중 휠라코리아의 매출은 8157억원, 아쿠쉬네트는 두 배가 넘는 1조7000억원 가량이다.
그런데 잘 나가던 윤 회장도 불황을 비켜가지 못한 모양새다. 지난해 초 브랜드 론칭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하며 브랜드 재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연결 영업이익 489억원(전년 동기 대비 +675%)으로 시장 예상치(시장 741억원)를 믿돌았다. 주 요인은 아큐쉬네트의 일회성 비용(재고 관련 200억원)과 미국법인 실적 부진 때문이다.
구멍은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사업부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분기에 국내에서 662억원(전년동기 대비 +1%)의 매출이 발생했지만, 영업손실이 85억원에 달했다.
회사측은 브랜드 리뉴얼을 거친 후 시장 평가와 실적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휠라코리아는 노후한 이미지가 성장을 막고 있다는 판단으로 2015년 말부터 젊은 이미지로의 색을 바꾼다. '메이드 인 이탈리(Made in Italy)' 휠라가 국내에 들어온 지 24년 만에 실시한 첫 변신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 리뉴얼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올해 휠라 본업은 물론 아큐쉬네트 실적이 반영되면서 실적 정상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건은 시기를 얼마나 앞당기느냐다. 대신증권 유정현 연구원은 "국내 시장에서 다시 브랜드의 입지가 견고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외 사업 정상화도 과제다. 1분기에 휠라 USA는 매출액 700억원(전년 동기 대비 -19%)과 영업손실 35억원(적자 전환)을 냈다. 그나마 해외 로열티가 약 100억원(전년 대비 23%)으로 늘어 위안이다. 신한금융투자 박희진 연구원은 "올해 미국 부문 매출(달러 기준)은 전년 수준에 그치겠다. 미국 법인 부진의 경우 미국 내 주요 유통 채널 폐점 등에 따른 결과이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미국 유통업체들의 점포 폐쇄 구조조정에서 신발 체인도 일부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미국 법인 성장률이 올해 2%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브랜드 가치 살아날까?
시장에서는 휠라가 언제쯤 브랜드 이익 창출력을 회복할지 관심이다.
한국투자증권 나은채 연구원은 " 2011년 1000억원을 넘어선 영업이익은 2016년 300억원 내외에 불과했고 이번 1·4분기에는 연결 기준 소폭 적자를 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국내에서 대규모 적자가 지속됐고 미주 사업도 미국 주요 유통업체 매장 철수 등 영업 환경 악화 속에 1분기 매출 감소와 적자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까지 꾸준히 성장해 온 미국 사업도 최근 부진하다. 향후 성장 전망 제시 및 강도 높은 비용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쿠쉬네트가 든든한 우군이 될 전망이다.
나 연구원은 "기업공개(IPO) 이전 스톡옵션 충당금, 부채평가항목 등으로 인해 영업 뿐만 아니라 영업 외 실적에서 왜곡이 컸으나 IPO 이후 회계 불확실성도 일단락됐다. 2분기에는 아쿠쉬네트의 최대 성수기로 77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 기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2017년 아쿠쉬네트 매출액은 1조8000억원, 영업이익 약 1600억원, 순이익 약 1000억원을 예상했다.
개미들은 걱정이다. 주가가 6만원대에서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0월 휠라코리아의 공모주(공모가 3만5000원)에 투자했다면 두배 가량의 수익이 났다. 하지만 시초가(7만원)에 못 미치고 있다. 당시 증권가는 휠라코리아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2~3배까지 오를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대우증권은 상장초 휠라코리아의 목표가를 공모가(3만5000원)의 3배에 가까운 10만원으로 제시했다. LIG투자증권(현 케이프증권)은 목표가를 8만2000원으로 잡았고 신영증권 7만9000원,토러스투자증권 7만8000원, 한국투자증권 6만6000원 등 공모가 대비 89~134%까지 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었다.